[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이중표적 항암신약 '네수파립(Nesuparib, 개발 과제명: JPI-547)'이 기존 1세대 PARP 억제제의 기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회사 측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자금 지원 없이 독립적인 제3의 학술 기관이 전적으로 주도한 연구라는 점에서 데이터의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1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분당차병원 연구진은 실험용 생쥐를 이용한 전임상 연구를 통해 네수파립이 기존 1세대 PARP 억제제에 강력한 내성을 보이는 종양 모델에서도 기존 약물을 압도하는 탁월한 항종양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분당차병원 연구진에 의해 전적으로 수행됐으며, 연구에 소요된 핵심 재원 역시 한국연구재단(NRF)을 통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 지원금으로 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개발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실험에 필요한 네수파립 화합물 샘플을 제공하는 수준에서만 협조했을 뿐, 연구 가설의 설정이나 데이터 해석, 논문 작성 등 핵심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아 도출된 연구 결과의 과학적 객관성과 데이터 신뢰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1세대 약물 교차 내성 극복 … 내성 원인 단백질 'RAD51' 규명
연구진은 먼저 임상 현장에서 흔히 목격되는 1세대 PARP 억제제 내성 현상을 재현하기 위해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난소암 및 유방암 세포주에 장기간 약물을 투여하며 인위적인 '올라파립 내성 획득 모델'을 구축했다.
이러한 극한의 내성 세포주에 1세대 약물과 유사한 탈라조파립을 처리한 결과 종양 억제력을 상실하는 심각한 교차 내성이 발생했으나, 다중 표적 약물인 네수파립은 기존 약물 감수성 세포주와 다름없는 강력한 암세포 사멸 억제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연구진은 1세대 약물에 대한 후천적 내성 획득 원인을 추적하던 중 파괴의 위협을 받은 종양 세포가 상동재조합(HR) 복구 기전의 핵심 실행 인자인 'RAD51' 단백질 발현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손상된 DNA를 강제 수리하며 생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근거로 광범위한 공공 전사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난소암 및 유방암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종양 내 RAD51 단백질의 고발현 수치는 기존 PARP 억제제에 대한 내성 발현과 직결되며 환자의 짧은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예고하는 불량한 예후 인자라는 것이 확인됐다.
PARP·탄키라제 이중 저해로 종양 생존 경로 차단 … 이종이식 동물 모델서 퇴축 확인
암세포는 1차 DNA 복구 경로인 PARP 효소가 억제되면 최후의 생존 수단으로 세포 내 '탄키라제(Tankyrase)' 효소와 'MERIT40' 단백질의 거대 복합체를 가동시켜 내성의 원흉인 RAD51을 대량으로 발현시키는 우회 경로를 선택한다.
기존 1세대 약물들은 효능이 단순히 PARP1과 PARP2의 활성을 억제하는 데 그쳤으나, 네수파립은 PARP는 물론이고 탄키라제의 활성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차단하는 이중 저해 기전으로 RAD51의 대량 발현이라는 대체 생존 경로를 원천 봉쇄했다.
이 같은 분자 수준의 항종양 우수성은 인공 세포주를 넘어 실제 인간 환자의 종양 조직을 이식한 환자 유래 이종이식(PDTX) 생쥐 모델 실험에서도 확인됐으며, 그 효과는 더욱 극적으로 재현됐다.
연구진은 기존 1세대 PARP 억제제를 매일 투여하다가 암세포가 약물에 적응해 종양이 다시 커지기 시작하는 약물 치료 실패 시점에 도달하자, 투여 약물을 일제히 네수파립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기존 약물 투여군에서 통제 불능 상태로 비대해지던 종양의 성장이 즉각 멈췄으며, 일부 생쥐에서는 종양 세포가 육안상 관찰되지 않는 '완전 관해' 수준의 퇴축이 관찰됐다.
또한 60일에 걸친 장기간의 고용량 투여 과정에서도 체중 감소나 치명적인 전신 독성 징후가 전혀 관찰되지 않아, 생체 내 환경에서의 뛰어난 내약성과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동시에 입증했다.
BRCA 변이 의존성 탈피 … 다중 신호전달 조절로 표적 환자군 외연 확대
네수파립의 진정한 약리학적 가치는 이러한 DNA 복구 차단이라는 합성치사 외에도, 암세포의 악성화와 전이를 주도하는 핵심 신호전달계인 'Wnt/β-catenin' 및 'Hippo/YAP' 경로의 중추적 조절자 역할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네수파립 고유의 다중 표적 기전은 1세대 PARP 억제제의 처방 전제 조건인 특정 생식세포 'BRCA 유전자 변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치료 대상 환자군의 외연을 넓히는 핵심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공개된 소세포폐암 모델 대상 전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네수파립은 극미량만으로도 기존 약물인 올라파립 대비 최대 133배, 이리노테칸 대비 25배 강력한 항종양 효과를 발휘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전혀 없는 췌장암 마우스 동물 모델 실험에서도 네수파립은 기존 표준 1차 항암화학요법 약물들과 병용 투여 시 종양 크기를 무려 79%까지 감소시키며 BRCA 의존성을 돌파한 새로운 치료제로서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미국 FDA는 네수파립이 지닌 이러한 다면적 기전의 혁신성과 난치암 치료에 대한 임상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췌장암(2021년)과 위암(2025년)에 이어 최근 소세포폐암까지 총 3개 암종에 대한 희귀의약품(ODD) 지정을 연달아 승인한 바 있다.
신약의 객관적 유효성이 신뢰도 높은 독립 학술 연구와 글로벌 유수 학회를 통해 연이어 입증되고 있는 만큼, 난소암, 췌장암 등 주요 4대 고형암을 대상으로 다국가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네수파립의 개발 속도와 상업적 파급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암 분야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 BJC)'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