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신체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신호 전달 단백질 '사이토카인'이 '인터류킨'이라는 표준화된 번호 체계와 'TNF-α' 같은 고유 명칭으로 나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떤 녀석들은 질서 있게 숫자로 정렬할 수 있는 반면, 어떤 녀석들은 독자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다. 현대 면역학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하는 이 명칭의 차이는 오늘날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들의 타깃 분류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들이 외부 침입자인 바이러스나 세균과 맞서 싸울 때,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격 명령을 내리기 위해 분비하는 염증·면역 신호 단백질이다. 이 물질은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거나 국소 부위에서 작용하며, 수용체와 결합해 면역 반응의 강도와 방향을 결정한다. 만약 이 신호 체계가 무너져 특정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나 치명적인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그런 경우다.
그래서 개발된 약물이 사이토카인 억제제다.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염증·면역 신호 단백질)의 과도한 분비를 줄이거나, 사이토카인이 수용체에 결합해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차단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인터류킨, 발견 순서에 따라 숫자 부여
사이토카인은 수많은 종류의 사이토카인을 아우르는 상위 개념의 명칭으로, 실제 임상이나 제약 현장에서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세부 분류인 '인터류킨(Interleukin)'이라는 이름 뒤에 고유 번호(숫자)를 붙여 개별 물질을 식별한다. 가령, 특정 질환의 치료 타깃을 논할 때 '사이토카인 억제'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인터류킨-12'나 '인터류킨-23'처럼 숫자가 부여된 명칭을 사용하여 공격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는 식이다. 미국 얀센(J&J)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Stelara, 성분명 : 우스테키누맙·Ustekinumab)'는 '인터류킨-12' 및 '인터류킨-23'을 타깃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여기서 인터류킨은 '사이'라는 의미의 영어 접두사 Inter와 면역세포인 백혈구를 의미하는 Leukocyte을 조합한 단어다. 직역하면 백혈구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명칭 뒤의 숫자는 발견 순서에 따라 붙여진 고유번호다.
◇TNF-α와 IFN이 고유 명칭을 고수하는 이유
그런데 일부 사이토카인은 이러한 표준화된 숫자 체계에 편입되지 않고 독자적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애브비(Abbvie)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 성분명 : 아달리무맙·Adalimumab)'가 억제하는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가 대표적이다. '인터페론(IFN)' 역시 일반적인 번호 체계와는 거리가 먼 명칭을 사용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사이토카인의 명칭이 제각각인 이유는 다름아니다. 처음 명칭을 부여할 당시 일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인터류킨-1(IL-1)은 1970년대 초 발견 당시 '림프구 활성 인자'로, 인터류킨-2(IL-2)는 T세포 성장 인자(TCGF)로 명명되는 등 연구자마다 제각각의 이름을 사용했다.
◇학계의 표준화 작업과 예외의 인정
이처럼 명칭이 난립하면서 연구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졌다. 동일한 물질을 두고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탓에 학술 데이터의 통합이 어려워졌고, 이는 연구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임상 현장에서의 투약 오류나 중복 처방 등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자, 학계는 본격적인 명칭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1979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개최된 제2회 국제 림프카인 회의는 그 전환점이 됐다. 당시 학계는 '인터류킨+숫자'라는 표준화된 명명 체계를 도입하기로 전격 합의하며 명칭 통합의 기틀을 마련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TNF-α'와 'IFN'은 제외됐다. 해당 물질들은 명칭 통일 작업이 추진되기 이전부터 이미 학계와 업계에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TNF-α'와 'IFN'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이토카인은 이후 발견 순서에 따른 인터류킨 번호 체계로 편입되면서 더 이상의 혼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