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일양약품의 블록버스터 항궤양제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의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를 획득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특허 도전이 결국 6파전으로 확정됐다. 당초 이연제약이 단독으로 특허 심판을 청구하며 조용히 막을 올렸던 놀텍 제네릭 시장 진입 경쟁이 최초 심판 청구 기간의 마지막 날에 들어서서야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다산제약, 테라젠이텍스, 제뉴원사이언스, 비씨월드제약, 대웅바이오 등 5개 제약사는 지난 24일 일양약품의 '라세믹 일라프라졸의 고체상 형태' 특허에 대해 일제히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심판 청구는 지난 10일 이연제약이 가장 먼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며 특허 도전에 나선 지 정확히 14일째 되는 날 이뤄졌다.
현행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르면, 가장 먼저 특허 심판을 청구한 제약사의 심판 청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동일한 심판을 청구(최초 심판 청구 요건)해야만 제네릭 독점 판매 권한인 '우선판매품목허가' 경쟁 자격이 주어진다.
이연제약의 최초 심판 청구 이후 약 2주간 후발 제약사들의 별다른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으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연제약의 단독 우판권 획득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졌다. 그러나 최초 심판 청구 요건이 인정되는 마지막 날인 24일 5개 제약사가 한꺼번에 심판 청구에 나서면서 놀텍 제네릭 우판권 경쟁은 6파전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는 철저한 눈치 싸움의 결과다. 자사의 특허 회피 전략과 시장 진입 의도를 최대한 늦게 노출하기 위해 막판에 심판 청구서를 접수하는 제약업계 특유의 '막차 타기' 전략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동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이들 6개 제약사가 특허 도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시장 선점 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은 장벽은 결정형 특허 … 제네릭 조기 진입 위한 시간 싸움 본격화
2027년 12월 28일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라세믹 일라프라졸의 고체상 형태' 특허(이하 결정형 특허)는 놀텍을 방어하는 최종 장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특허목록에 등재된 놀텍의 특허는 모두 3건이다. 그중 물질 특허와 제제 특허 등 2건은 이미 존속기간이 만료됐고, 결정형 특허만 유일하게 남은 상태다.
후발 제약사들이 타깃으로 삼은 놀텍의 결정형 특허는 존속기간이 약 1년 8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1심에 해당하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나오는 데만 6개월에서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고, 특허법원이나 대법원까지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특허 소송이 마무리되기 전에 해당 특허가 자연 만료될 가능성도 있다.
설령 이들 6개사가 1심에서 신속하게 승소하고 최초 허가 요건까지 충족해 9개월의 우판권을 획득한다고 해도, 실제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은 특허의 남은 수명에 묶여 대폭 축소될 여지가 있다. 즉, 일반적으로는 심판 청구의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내 제약사가 놀텍의 결정형 특허를 겨냥해 심판 청구에 나선 것은 단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강도 높은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놀텍은 강력한 위산 분비 억제 효과를 바탕으로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일양약품의 핵심 캐시카우로, 제네릭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대형 품목이기 때문이다.
P-CAB 공세에도 400억대 매출 … PPI 시장 내 '마지막 승부처' 부상
놀텍은 2025년 기준 원외처방액 466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항궤양제 시장의 패러다임은 기존 PPI(프로톤 펌프 저해제) 계열에서 작용 시간이 빠르고 식사 여부와 무관하게 복용 가능한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계열로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서도 작지 않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제일약품의 '자큐보' 등 P-CAB 신약들이 맹렬한 기세로 처방액을 늘려가고 있어, 놀텍을 포함한 기존 PPI 제제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이번 특허 심판에 나선 제약사들은 이처럼 PPI 시장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놀텍 제네릭 시장에 진입해 아직 남아 있는 처방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1년 8개월 뒤를 기약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놀텍 제네릭 우판권 경쟁은 단순히 특허를 깨느냐 마느냐의 법리적 다툼을 넘어, 지는 해인 PPI 시장에서 마지막 단물을 빨아들이기 위한 제약사들의 속도전이자 타이밍 싸움이다.
특허 소송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실효성 논란과 촉박한 특허 만료 시계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뛰는 6개 제약사 중 누가 놀텍 제네릭 시장의 초기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