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산 15호 신약이자 보령의 간판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가 항암 보조요법제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학술적 단초가 마련됐다. 해외 연구진에 의해 카나브의 주성분이 항암 화학요법의 치명적 부작용 중 하나인 '고환 독성'을 강력하게 방어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규명된 것이다.
보령이 직접 주도한 연구는 아니지만, 회사가 전사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항암(ONCO) 부문의 비즈니스 고도화와 카나브의 '신약 재창출' 전략에 막대한 시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17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라크 바그다드대학 약학대학과 마르잔 교육병원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동물 연구를 통해 피마사르탄과 오메가-3가 '시스플라틴'으로 인해 유발된 고환 독성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난소암, 고환암, 폐암 등 주요 고형암의 1차 표준 치료제인 시스플라틴의 맹독성 부작용에 초점을 두고 설계됐다. 시스플라틴은 탁월한 치료 효과를 자랑하지만,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환자의 신장이나 내이, 특히 고환과 같은 핵심 생식 기관에 비가역적인 손상을 입혀 영구적인 난임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
시스플라틴에 의한 생식 독성은 주로 과도한 활성산소 생성(산화적 스트레스)과 염증 반응을 통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에서는 강력한 항산화·항염증 특성을 지닌 피마사르탄과 오메가-3가 시험 약물로 선택됐다.
시스플라틴 맹독성 방어 '탁월' … 붕괴된 고환 내분비 질서 복원
연구팀은 시스플라틴을 투여해 고환 독성을 유발한 쥐들에 피마사르탄 또는 오메가-3를 사전 투여하고 조직학적 및 내분비적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시스플라틴 단독 투여군의 고환 내 세포막 손상 마커인 말론디알데하이드(MDA) 수치는 정상 대조군 대비 무려 3.3배나 폭증했으나, 피마사르탄을 사전에 투여받은 그룹은 정상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의 MDA 수치를 나타냈다.
나아가 세포 파괴로 인해 급감했던 혈청 테스토스테론과 정자 형성의 핵심 지표인 인히빈-B(Inhibin-B) 수치 역시 피마사르탄 처치 후 유의미하게 상승하며 붕괴된 내분비 질서를 되찾는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실제 현미경을 통한 조직학적 검사에서도 파괴됐던 세정관의 구조가 원래의 규칙적인 모양을 되찾았으며, 내부에서 건강한 정자 형성 과정이 재개되는 등 극적인 생체 장기 보호 효과가 객관적으로 확인됐다.
피마사르탄의 이 같은 고환 독성 보호 효과는 오메가-3와 병용했을 때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어 기전의 기저에 피마사르탄이 보유한 다면 발현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마사르탄이 세포 내 생존 및 항산화 방어의 핵심 스위치인 Nrf2(Nuclear factor erythroid 2-related factor 2) 단백질 경로를 강력하게 상향 조절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 피마사르탄이 체내 내인성 항산화 효소의 발현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시스플라틴이 발생시키는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폭풍을 원천 봉쇄하는 '다장기 보호 약물'로서의 가치를 재입증한 셈이다.
오리지널 항암제 품은 보령 … '카나브' 라이프사이클 관리 '새 동력' 주목
이번 해외 연구진의 기초 의학적 성과는 단순히 학술적 호기심을 넘어 상업적 관점, 특히 보령의 거시적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과 묘하게 맞물리며 그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과거 당뇨병성 신증 동반 환자 대상 임상 등을 통해 피마사르탄의 신장 보호 효과 데이터를 축적해 온 보령 입장에서, 항암 치료 부작용 억제 역량까지 해외에서 자체적으로 검증된 것은 카나브의 새로운 적응증 창출을 위한 거대한 학술적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보령은 2020년 '젬자'를 시작으로 '자이프렉사', '알림타', '탁소텔' 등 글로벌 빅파마의 오리지널 품목을 잇달아 인수하는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구사하며 명실상부한 '항암제 명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더 나아가 충남 예산 캠퍼스에 까다로운 EU-GMP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수준의 항암 주사제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쥴릭파마 및 로터스 등과 세포독성 항암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아시아-태평양 항암 시장의 중추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보령이 이번 연구 데이터를 토대로 자사의 주력인 세포독성 항암제와 카나브를 패키지로 묶어 병용 임상 또는 새로운 마케팅에 돌입한다면, 암 환자의 생식력 보존이라는 오랜 임상적 '미충족 수요'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존 항구토제나 빈혈 치료제 위주로 형성된 수십조 원 규모의 글로벌 항암 보조요법 시장은 물론, 폭발적으로 팽창 중인 난임 및 가임력 보존 서비스 시장에서 전례 없는 독점적 영역을 구축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