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제 시장에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신약들의 적응증 확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한 단순한 영업력 싸움을 넘어, 이제는 기존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가 쥐고 있던 방대한 처방 영역을 완벽히 대체하기 위한 적응증 전쟁으로 전선이 이동하는 모양새다.
◇ 대웅제약 '펙수클루', 전방위 라인업 구축 박차
대웅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사의 P-CAB 신약 '펙수클루(Fexuclue, 성분명 : 펙수프라잔·Fexuprazan)'의 위궤양 치료 적응증 추가를 위한 다국가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이번 임상은 위궤양 환자 384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활성대조 방식으로 진행된다. 투약 8주 시점까지 상부위장관 내시경으로 위궤양의 누적 치료율을 확인해 활성 대조약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펙수클루'는 그동안 틈새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10mg 제제로 국내 P-CAB 중 유일하게 위염 치료 적응증을 확보한 데 이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장기 복용 환자의 소화성 궤양 예방 적응증을 P-CAB 제제 중 최초로 획득하며 정형외과 통증 처방 시장까지 뚫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보편적인 질환인 위궤양 적응증까지 손에 쥐게 된다면, 의료진은 상부 위장관 질환 스펙트럼 전반에서 '펙수클루' 하나만으로 모든 처방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헬리코박터 제균 병용요법에 관한 품목허가 심사도 진행 중으로, 5~6개에 달하는 적응증 라인업 구축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 HK이노엔 '케이캡', 독주 체제 굳히기 '처방 외연 확대'
P-CAB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HK이노엔의 '케이캡(K-CAB, 성분명 : 테고프라잔·Tegoprazan)' 역시 방어선 구축과 영토 확장을 동시에 전개 중이다. '케이캡'은 미란성 및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 제균 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25mg) 등 P-CAB 중 가장 많은 5개의 적응증을 선점하며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대웅제약이 선점한 NSAIDs 유도성 궤양 예방 시장도 정조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지난해 말 이미 마친 상태로, 연내 6번째 적응증 신청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 제일약품 '자큐보'·대원제약 '파도프라잔'의 매서운 추격
후발 주자인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Jacuvo, 성분명 : 자스타프라잔·Zastaprazan)'의 추격세도 예사롭지 않다. 국산 37호 신약으로 시장에 가장 늦게 합류했지만, 발매 직후 위궤양 적응증을 신속하게 추가하며 선발 주자들을 압박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급성기 치료 용량의 절반인 10mg 저용량을 활용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적응증 확보를 위한 3상 임상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경쟁 제품들의 핵심 영역인 NSAIDs 유발 궤양 예방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 적응증에 대해서도 각각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으로, 머지않은 시일 내에 선발 주자들과의 적응증 격차를 대폭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적응증 확대 경쟁은 신규 진입을 노리는 유력 후보물질도 예외가 아니다. 대원제약은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로부터 도입한 P-CAB 신약 '파도프라잔(Padoprazan, 개발 과제명: DW-4421)'에 대해 적응증 압축 개발이라는 강수를 뒀다. 미란성(ERD)뿐 아니라 주관적 증상 개선 비율이 낮아 미충족 수요가 많은 비미란성(NERD)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다른 2건의 3상 임상시험을 동시에 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제균 요법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1상 임상시험에도 착수하며, 제품 출시 초기부터 광범위한 범용 처방 무기를 한꺼번에 장착하겠다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보신티' 제네릭 공세 막을 '기술 해자' 구축 전략
국산 P-CAB 신약 개발사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다중 적응증 확보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PPI 시장 공략은 물론, 다가올 '보신티(Vocinti, 성분명 : 보노프라잔·Vonoprazan, 글로벌 제품명: 다케캡·Takecab)' 제네릭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기술 해자' 구축 목적이 짙게 깔려 있다.
특히 다케다(Takeda)의 '보신티'는 △위궤양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후 유지요법 △NSAIDs 투여 시 위궤양 또는 십이지장궤양 재발 방지 등 핵심 적응증을 두루 갖추고 있다. 따라서 오는 2028년 물질특허 만료 후 제네릭이 쏟아지면 저렴한 약가와 다빈도 적응증을 바탕으로 빠르게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을 잠식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P-CAB 시장의 패권 경쟁은 어떤 약물이 일선 의료진에게 가장 폭넓은 처방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가의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산 신약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쌓아 올리고 있는 다중 적응증의 성벽은 제네릭의 저가 공세를 막아내고 시장의 '뉴 노멀'을 주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경제적 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