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전제를 복용하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들에게 대웅제약의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신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가 강력한 위식도 역류 질환(GERD) 증상 완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들에게 대웅제약의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신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가 강력한 위식도 역류 질환(GERD) 증상 완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항혈전제와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병용 시 제기됐던 약물 상호작용 우려를 해소할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대웅제약뿐 아니라 국내 P-CAB 시장 선두주자인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도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자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어서, 국산 P-CAB 신약들이 심뇌혈관 질환의 '필수 병용 파트너'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7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2025년 3월 사이 급성 허혈성 뇌졸중으로 본원에 입원한 환자 중 위식도 역류 질환(GERD) 진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적 단일군 관찰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 환자는 항혈전제와 펙수클루를 병용 투여받았고, 12주가 지난 시점에서 약 90%가 정상적인 GERD 증상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들은 재발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 등 이중 항혈소판 요법(DAPT)으로 치료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위장관 출혈과 GERD 악화 위험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에 대한 예방 목적으로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가 주로 처방됐으나, 약효 발현이 늦고 클로피도그렐과 병용 시 특정 대사 효소 공유에 따른 약동학적 상호작용으로 항혈전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연구팀은 새로운 계열의 위산 억제제인 P-CAB 계열 약물이 항혈전 치료를 받는 환자의 상부 위장관 출혈 예방에 있어 PPI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 대표적인 P-CAB 제제인 펙수클루의 상부 위장관 합병증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전향적 단일군 관찰 연구를 수행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펙수클루를 복용한 환자들의 평균 위식도 역류 질환 설문지(GerdQ) 점수는 초기 8.8점에서 12주 차에 6.6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P=0.003).
특히 임상적 관해를 의미하는 정상적인 GerdQ 점수(8점 미만)를 달성한 환자의 비율은 88.9%에 달해, 펙수클루가 뇌졸중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펙수클루는 우수한 증상 개선 효과와 더불어 안전성도 확인됐다. 관찰 기간 심각한 약물 이상 반응이나 투약 중단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12주 차에 발생한 위장관 사건과 뇌경색 재발(일과성 허혈 발작)은 각각 1건(5.6%)에 불과해 초고위험군 환자에서도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다.
경쟁약 '케이캡'도 추격전 … 1500명 규모 연구자 임상 'TegoStroke' 진행
펙수클루가 소규모 전향적 관찰 연구를 통해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의미 있는 '유효성' 단초를 마련했다면, 경쟁 약물인 케이캡은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위장관 합병증의 근본적인 예방 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대규모 위약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인 'TegoStroke'를 승인받아 올해 초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케이캡이 위약군 대비 위장관 출혈이나 궤양 발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해 내는지 그 우월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총 1524명의 환자를 모집해 내년 말까지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상부 위장관 출혈 및 부위 불명의 위장관 출혈, 헤모글로빈 수치가 2g/dL 이상 감소하는 출혈 사건은 물론, 내시경으로 확인되는 지름 3mm 이상의 위·십이지장 궤양, 미란성 식도염 발생 여부를 위약군과 꼼꼼히 비교해,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실질적인 점막 보호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항혈전제 병용 딜레마 극복할까 … P-CAB 對 PPI 진검승부 예고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2차 예방을 위해 주로 처방되는 클로피도그렐은 간 대사 효소인 CYP2C19를 거쳐 활성 대사체로 전환돼야만 항혈소판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 PPI 제제들은 이 대사 효소를 경쟁적으로 억제해 클로피도그렐의 약효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약동학적 한계가 존재했다.
이와 달리 P-CAB 제제는 CYP2C19 효소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클로피도그렐과의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매우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약리학적 기전을 고려할 때, P-CAB 제제는 클로피도그렐의 뇌경색 예방 기능을 온전히 보존하면서도 환자의 취약한 위장관 점막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클로피도그렐 병용에 관한 일부 후향적 코호트 분석에서 허혈성 이상 사건에 대한 우려가 보고된 바 있으나, P-CAB 고유의 빠르고 강력한 위산 억제력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확실한 임상적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YP 유전형에 따른 약효 편차가 적어, 유전자 다형성을 가진 아시아인 뇌졸중 환자에게 더욱 일관된 위장관 보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펙수클루의 의미 있는 임상 데이터 확보와 경쟁약 케이캡의 대규모 연구자 임상 등판은 국산 P-CAB 제제가 단순 소화기 질환 치료제를 넘어 심뇌혈관 질환 환자의 필수 병용 파트너로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섰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들 제품이 후속 연구를 통해 항혈전제 병용 요법에서 압도적 우월성을 최종 입증해 낸다면, 오랫동안 굳어져 온 PPI 제제의 처방 관행을 뒤엎는 확실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