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홈페이지 갈무리[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 특례를 부여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이를 "최악의 개악"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KEMA)는 30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은 형사 면책이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은 기만적인 법안"이라며 "사법 리스크의 근본적 해소와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중증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과실 기준 모호 … 방어진료 조장하는 치명적 함정"
의사회는 가장 먼저 개정안 내 '중대한 과실 예외 조항'을 문제 삼았다. 진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합병증이나 진단 오류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상황에서, '중과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기소를 면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의사회 측은 "무엇이 중과실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결국 중과실로 몰아갈 것"이라며 "경찰과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관행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 결국 의료진의 방어진료만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형사 면책 인질로 강제 합의 종용 … 국가 책임 방기"
개정안이 제시한 '강제적 배상 합의' 구조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책임보험이나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고 손해배상 이행을 면책 조건으로 내건 것은, 결국 의료진 개인에게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부담시켜 감옥행을 피하게 만드는 '폭력적 구조'라는 주장이다.
특히 의사회는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불가항력적인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전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는 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의 법안은 국가는 뒤로 빠진 채 의료진과 환자가 배상 액수를 두고 소모적인 분쟁을 반복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의료사고 심의위원회 전문성·위헌성 우려"
새롭게 도입되는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사법 체계가 아닌 행정 체계가 의료행위의 과실을 1차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위헌적 요소가 있을 뿐 아니라, 현장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개입할 경우 사법적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조건부 기소유예라는 미봉책으로는 대한민국 필수의료를 결코 소생시킬 수 없다"며 ▲선의의 필수의료에 대한 100% 형사 책임 면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주도의 전면적 보상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