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제약사 사외이사의 면면이 다양해지고 있다. 2020년대 중반 들어 전직 고위 관료, IT 기업 임원, 정치권 인사까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늘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최근 국내 대형 제약사 사외이사의 면면이 다양해지고 있다. 약학·의학 분야 대학교수와 법조계 인사, 회계사 출신이 주류를 이루던 관행이 깨지고, 전직 고위 관료, IT 기업 임원, 정치권 인사까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빈도가 늘고 있다. 신약 승인 절차가 고도화되고 사업 영역이 바이오·글로벌·디지털로 확장되면서 전문성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 전직 고위 관료 영입 사례 급증... 식약처·복지부 출신 '귀하신 몸'
근래들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보건 정책 분야 고위직 관료 출신의 영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례를 보면 동아에스티는 장병원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초대 차장을, 대원제약은 이동희 전 식약처 기획조정관을, HK이노엔은 손여원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을 각각 영입하거나 재선임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의경 전 식약처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HLB제약은 보건복지부 1·2차관을 모두 역임한 이기일 전 차관을 내일(26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종근당바이오는 박인숙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을, 국제약품은 이숭훈 전 식약처 국장을 각각 영입하기로 했다.
# '디지털 전환' 발맞춰 네이버 등 IT 전문가 수혈
IT 전문가 영입도 눈에 띈다. 대웅제약 지주사인 대웅은 지난 2023년, 네이버 창립 초기 핵심 경영진 출신인 최인혁 전 테크비즈니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 영입은 대웅의 사업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대웅은 자체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데이지(DAISY)' 고도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며 '디지털 제약사'로의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IT 전문가의 수혈을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노린 포석이었다는 평가다.
# 정치권 인사도 영입 대상...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
정치권 인사도 영입 대상이다. 본인의 고사로 불발됐지만, 동화약품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 바 있으며, 한미약품은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채이배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기업분석 전문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약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30대 그룹 평균인 25.3%보다 높은 수치다.
# '감시자'에서 '전략 파트너'로... 이사회 재편 흐름 지속 전망
사외이사는 출신 부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식약처와 복지부뿐만 아니라 국세청, 검찰, 금융위원회 등 사정 및 금융당국 고위직 비중이 늘고 있다. 이는 신약 인허가와 약가 협상 등 전통적 규제 대응은 물론, 최근 빈번해진 경영권 분쟁과 자금 조달 과정에서의 법적·재무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사외이사 구성의 변화를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약가 협상, 신약 허가, 디지털 전환이라는 핵심 과제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성의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제대로 감시하는 책임자'에서 '함께 전략을 짜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며 "교수·회계사 중심에서 관료·전략 전문가 중심으로의 재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