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그룹 판교 신사옥[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휴온스가 주사제 위주의 턱밑 지방 분해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증과 신경 손상 위험이 있는 기존 주사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붙이거나 바르는 방식의 경피 전달 시스템(TDDS)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24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휴온스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및 디메틸실록산 기반 컨쥬게이트 고분자(CPMD)와 이를 이용한 약물전달시스템에 관한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발명은 친수성인 PEG와 소수성인 실록산을 에스테르 결합으로 연결한 양친성(친수성과 친유성 특성을 모두 가진 성질) 고분자 기술이 핵심으로, 약물을 캡슐화해 피부 속 진피층 너머 피하 지방층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휴온스는 이번 기술에 적용 가능한 성분 중 하나로 데옥시콜산(DCA)을 선택해 실증 실험을 진행했다. CPMD 기술은 콜산, 우루소데옥시콜산(UDCA) 등 다양한 담즙산과 탈모 치료제(피나스테리드 등), 비타민 등에도 쓸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데옥시콜산 기반 제품 개발이 상업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턱밑 지방 분해제 시장은 데옥시콜산 성분의 주사제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1회 시술 시 1cm 간격으로 수십 번을 주사해야 하는 만큼 통증과 자극이 크고, 주사 이후 나타나는 부종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투여 깊이가 적절하지 않을 경우 아래턱 경계 신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 시술 부위가 제한적이고 그 위험도도 작지 않았다.
휴온스가 개발한 CPMD 기술은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데옥시콜산을 안정적으로 캡슐화한 뒤 패치나 겔 형태로 피부에 적용하면, 주삿바늘 없이도 지방층까지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무용매 합성법으로 '품질 균일성' 확보 … 90% 넘는 피부 투과 효율 수치로 확인
이번 특허에서 주목할 점은 제조 공정의 정밀함이다. 휴온스는 에탄올 등 별도의 용매 없이 성분을 혼합해 80℃에서 반응시키는 합성 방식을 채택했다. 에탄올을 용매로 사용할 경우 분자량 분포(PDI) 값이 2.7로 상대적으로 높고 품질이 불균일했지만, 무용매 조건에서는 PDI 1.1 수준의 매우 좁고 균일한 분포를 유지하면서 합성 재현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실험실 수준을 넘어 대규모 양산 시에도 일정한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음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는 지난해 발표된 국제 학술 논문(Chemical Engineering Journal, 2025)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증명됐다. 휴온스 DDS 연구팀과 경희대학교 연구진이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CPMD 기술은 현존하는 경피 전달 시스템 중 최고 수준의 효율을 보였다.
실제 마우스 피부를 이용한 프란츠 확산 시험(Franz Diffusion Cell study) 결과, CPMD에 탑재된 약물은 24시간 이내 90% 이상의 높은 투과 효율을 기록했다. 특히 약물이 한 번에 쏟아지지 않고 초기 3시간 동안 50.2%를 방출한 뒤 24시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는 '2단계 방출 패턴'을 보였다. 급격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서도 지속적인 지방 분해 효과를 낼 수 있는 설계 방식이다.
고지방 식단으로 비만을 유도한 마우스 모델 실험 결과도 고무적이었다. CPMD를 활용해 데옥시콜산을 피부에 국소 적용한 결과, 대조군 대비 체중 감소는 물론 사타구니와 부고환 부위의 백색 지방 조직 무게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H&E 염색을 이용한 분석에서도 지방 세포의 크기가 눈에 띄게 작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분해는 늘리고 생성은 막고 … 먹는 '약물전달시스템' 확장성 주목
단순히 겉모양만 변한 것이 아니다. 연구진은 면역 형광 분석을 통해 분자 수준의 기전까지 확인했다. CPMD 기술이 적용된 군에서는 지방 분해 효소인 ATGL과 HSL의 발현이 크게 증가한 반면, 지방 생성 지표인 PPARγ 및 PPARγ와 상호작용으로 지방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C/EBPα의 발현은 억제됐다.
이미 쌓인 지방은 더 빨리 태우고 새로운 지방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억제하는 '이중 효능'을 입증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간 독성이나 신장 독성 등 부작용 수치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며 높은 생체 적합성을 보였다.
휴온스가 연구 중인 CPMD와 이를 이용한 약물전달시스템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은 기술의 확장성이다. 휴온스는 이번 기술을 경피용에 국한하지 않고 경구 투여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휴온스가 고안한 방식은 CPMD 기술을 이용해 약물의 위장관 체류 시간을 늘리고 위와 소장 내 흡수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실제 IR780 염료를 활용한 실험에서 CPMD 시스템은 세척 후에도 소장 내에 장기간 유지되는 특성을 보였다.
이중턱 치료제 시장, '브이올렛' 독주 속 새로운 성분 경쟁 예고
현재 국내 이중턱 치료제 시장은 데옥시콜산 성분 오리지널 주사제인 '벨카이라'가 철수한 뒤 동일 성분의 후발 제품끼리 경쟁하는 양상이다. 그중 대웅제약의 '브이올렛'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브이올렛은 매출이 따로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생산실적은 2024년 기준 64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45억 원) 대비 42% 증가한 규모다.
휴온스도 계열사인 휴메딕스를 통해 최근 데옥시콜산 주사제 '올리핏'을 출시하고 시장 경쟁을 본격화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메디톡스는 이달 말 세계 최초 콜산 성분의 '뉴비쥬'를 공식 출시하며 새로운 성분 경쟁을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휴온스는 그동안 점안제 등 약물 전달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다"며 "이번 CPMD 기술은 에스테틱뿐 아니라 대사 질환 치료 전반에 쓰일 수 있는 만큼, 상용화 성공 시 휴온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