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기자[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정부가 마침내 '지역의사제'의 법적 마침표를 찍었다.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에 따라 오는 2027학년도부터 비수도권 32개 의대 정원의 10%가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된다. 학비 전액 지원과 10년 의무 복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 붙었다.
지역 의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서 이번 법적 근거 마련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현장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단순히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의사들이 지역에 남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의사제는 한국만의 발명품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2008년부터 한국의 지역의사제와 유사한 '지역틀(地域枠)'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물론 일본도 초기에는 대도시 출신 학생들이 성적에 맞춰 지방 의대에 합격한 뒤 복무를 기피하거나 장학금을 반납하고 탈출하는 등 극심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후 일본은 지역 연고가 있는 학생을 우선 선발했을 때 안착률이 높다는 데이터에 기반해 제도를 정교하게 수정해왔다.
우리 정부가 이번 시행령에서 선발 인원의 100%를 해당 지역 연고자로 채우기로 한 것은 일본의 시행착오를 참고한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규 인력을 양성하는 '복무형'과 기성 전문의를 유입시키는 '계약형'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꺼내 들었다. 당장의 의료 공백은 계약형으로 메우고, 장기적인 지역 의료 생태계는 연고 인재로 다지겠다는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이러한 촘촘한 대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는 이미 '서남대 의대 폐교'라는 뼈아픈 기억이 있다. 교육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머릿수만 늘리는 것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담보할 수 없다. 지역의사로 선발된 학생들이 스스로를 '이등 의사'로 규정하지 않도록 대도시 대학병원 못지않은 수련 환경과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실제로 캐나다나 호주의 일부 오지 근무 제도는 의사들이 의무 복무 기간만 채우고 곧바로 대도시로 탈출하는 '메뚜기 의사' 현상을 막지 못했다. 단순히 돈으로 묶어두는 것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법적 근거라는 '틀'을 마련했지만, 그 안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이제부터 풀어야 할 숙제다. 2027년 첫 입학생들이 전문의가 되어 현장에 나올 때까지, 지역 의료 현장이 '기피 대상'이 아닌 '사명감의 현장'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지역의사제는 또 다른 예산 낭비 사례로 기록될 뿐이다.
전국 어디서나 안심하고 아플 수 있는 권리. 이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법 조항'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의사가 의사답게 살 수 있는 '현장의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