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가속 승인 제도의 문턱을 높이면서, 정작 규제 유연성이 절실한 희귀질환 치료 신약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터져 나왔다. 상원 노령화 특별위원회는 최근 FDA의 희귀질환 치료제 가속 승인 과정을 평가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 아두헬름 사태 이후 강화된 가속 승인 심사
FDA의 가속 승인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에 대해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이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조건부로 허가를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FDA의 임의적인 재량권이 발휘되는 특성 탓에, 치료 효과에 대한 확증이 다소 부족함에도 허가가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Aduhelm, 성분명 :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대표적이다. FDA는 산하 자문위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1년 독단적으로 '아두헬름' 가속 승인을 강행했으나, 출시 이후 실효성 논란으로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다.
이를 기점으로 FDA는 가속 승인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희귀질환 신약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미국 상원의 지적이다.
# "시장성 큰 분야는 관대, 희귀질환은 엄격" 역차별 논란
특히 2025년 초부터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 최소 23건의 최종 보완 요구서(CRL)를 발송하며 허가를 반려한 점이 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FDA가 항암제나 자가면역질환 등 시장성이 큰 분야에는 가속 승인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정작 환자들의 기다림이 간절한 희귀질환 치료제에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이다.
가령 미국 바이오헤이븐(Biohaven)의 척수소뇌성 실조증(SCA) 치료제 '트로릴루졸(Troriluzole)'은 SCA에 대한 사상 첫 근본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지만, FDA는 지난 2025년 11월 가속 승인 허가를 반려했다.
# 희귀질환 특성 무시한 무리한 임상 요구 비판
논란의 핵심은 FDA가 해당 약물의 허가 조건으로 5~8년에 걸친 대규모 확증 임상 3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재입증할 것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환자 수가 극히 적은 희귀질환 특성상 대규모 피험자 모집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이러한 요구는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원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문위원회 재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FDA가 과거 행정 효율화 및 예산 절감을 명목으로 축소해온 제도의 부활을 공식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희귀질환 분야에서만큼은 내부 판단에만 의존하는 폐쇄적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심사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라는 권고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