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신사옥 '빌딩 1897' 조감도[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대한민국 최고(最古) 제약사 동화약품이 129년 역사를 바탕으로 유례없는 변화와 도전에 나서고 있다. 2020년대 들어 동화약품이 보여온 광폭 행보는 보수적인 제약업계의 전통적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핵심은 사업 다각화다. 동화약품은 제약 본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해외 유통망 확보 등 전방위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3~4년 사이 대규모 M&A와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공격 경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팬데믹 이후 가파른 우상향… 5,000억 클럽 가입 초읽기
동화약품의 변화는 수치로 입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2010년대 후반 2000억 원대 중반에 머물렀던 매출은 2020년 팬데믹을 기점으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20년 2721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3404억 원으로 점프하며 해묵은 2000억 대 박스권을 완전히 벗어났다. 이어 2024년 매출은 4600억 원대를 상회했다. 조만간 공시 예정인 지난해 매출은 5000억 원을 넘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화약품의 지속적 매출 상승은 '활명수', '판콜' 등 전통적인 일반의약품(OTC)이 견실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오너 4세 윤인호 사장 주도로 추진된 신사업 부문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단순히 오래된 제약사를 넘어 성장 가속도가 붙은 성장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척추 임플란트 1위 메디쎄이 인수로 성장 엔진 장착

동화약품 공격적 행보의 서막은 2020년 7월 단행된 '메디쎄이' 인수였다. '메디쎄이'는 국내 척추 임플란트 시장에서 약 2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단순히 의약품 제조에만 머물렀다면 불가능했을 내수 시장의 한계를 고수익 의료기기를 통해 정면 돌파한 셈이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척추 관련 수술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3D 프린팅 기반의 환자 맞춤형 기술을 보유한 '메디쎄이'는 동화약품의 전체 영업이익을 뒷받침하는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중선파마' 인수로 메콩강 유통 고속도로 확보
베트남 약국체인 '중선파마'해외 시장에서의 결정적 승부수는 2023년 8월 지분 51% 인수를 완료한 베트남 '중선파마(Trung Son Pharma)'에 있다. 동화약품이 베트남을 낙점한 이유는 이곳이 단순히 인구 1억 명의 거대 시장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인근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으로 뻗어 나가는 메콩강 경제권(GMS)의 유통 심장부이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은 현지 약국 체인을 직접 인수하는 정공법을 선택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마진 구조를 최적화했다. 과거 동아제약이 캄보디아에서 '박카스' 신화를 썼듯, 동화약품 역시 '중선파마'의 140여 개 유통 거점을 통해 '활명수'와 '판콜'을 베트남 국민의 일상 속에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인적 쇄신 통한 R&D 체질 개선… 항암 신약 'DW1023' 주목
동화약품의 행보는 자본 투입과 유통망 확장을 넘어 인적 쇄신을 통한 신약 성과 도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동화약품은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등 상위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을 주도했던 장재원 전무를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정체된 R&D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지부진했던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임상 1상을 앞둔 항암 신약 후보물질 'DW1023'로 향하고 있다. 그간 동화약품의 R&D가 당뇨병 치료제 등 위험 부담이 적은 개량신약에 편중되어 있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고부가가치인 항암 신약으로의 포트폴리오 확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는 동화약품이 제약사 본연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남은 과제는 성장과 내실의 균형… 올해가 혁신 완성의 분수령
윤인호 동화약품 사장결국 2020년 이후 동화약품이 걸어온 길은 129년의 익숙함을 뒤로하고 사업 다각화와 외형 성장을 정조준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 결과 매출 5000억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됐다. 공격적인 투자 과정에서 나타난 영업이익률 하락은 미래 도약을 위한 예측된 성장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러한 투자의 효율성을 실질적인 숫자로 입증하는 일이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은 동화약품의 변화는 고무적이나, 진정한 혁신의 완성은 결국 수익 구조의 정상화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반등시키느냐가 동화약품이 전통 제약사의 한계를 깨고 지속 가능한 혁신 모델로 안착했음을 증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