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수십 년간 신약 승인의 철칙으로 여겨졌던 '최소 2건의 확증적 임상시험'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 단 1건의 임상시험만으로도 신약 허가를 내주는 정책적 전환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Going forward, the FDA's default position is that one adequate and well-controlled study, combined with confirmatory evidence, will serve as the basis of marketing authorization of novel products." (앞으로 FDA의 기본 입장은, 적절하고 잘 통제된 하나의 연구와 확증적 증거의 결합이 신제품 허가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수십 년간 신약 승인의 철칙으로 여겨졌던 '최소 2건의 확증적 임상시험'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 데이터의 양보다 설계의 질을 우선시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단 1건의 임상시험만으로도 신약 허가를 내주는 정책적 전환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마틴 마카리(Martin Makary) FDA 국장과 비나이 프라사드(Vinay Prasad)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은 지난 18일 국제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이 같은 방침을 담은 기고문을 발표했다.
마카리 국장은 이번 기고문의 제목을 '신약 승인을 위한 새로운 기본 옵션으로서의 단일 중추 임상시험: 두 개의 시험 교조주의 종식(One Pivotal Trial, the New Default Option for FDA Approval-Ending the Two-Trial Dogma)'으로 명명하며 규제 철학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FDA는 앞으로 신약 허가 신청 시 '적절하고 잘 통제된 임상시험(Adequate and Well-controlled Study)' 1건을 기본 요건(Default)으로 삼을 계획이다. 1962년 케포버-해리스 수정법(Kefauver-Harris Amendment) 이후 이어져 온 '두 번의 운이 좋아야 한다'는 식의 다수 임상 요구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FDA 리더십은 기전이 명확하고 통계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단 1건의 임상시험이, 부실하게 설계된 2건의 시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조군 설정, 평가 변수 선택, 생물학적 상관성 등이 완벽하게 뒷받침된다면 굳이 두 번째 임상을 통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의약 전문 매체 '퍼스트워드 파마(FirstWord PHARMA)'는 이번 정책 변화가 공식화될 경우 신약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FDA는 단일 확증 임상 비용을 약 3000만 달러에서 1억 5000만 달러 사이로 추산하고 있는데, 1건의 시험만 면제되더라도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다만 FDA는 '임상 설계의 완결성'에 대한 심사 잣대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전이 불분명하거나 대리평가지표(Surrogate Endpoint)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또는 임상 결과가 통계적으로 애매한 경우에는 여전히 2건 이상의 시험을 요구할 권한을 유지한다. 즉, 문턱은 낮아지되 검증의 밀도는 높아지는 구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정밀의학 기반 치료제나 명확한 타깃을 가진 항암제 개발사들에 큰 수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2상 단계에서 바이오마커 전략과 통계적 검정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인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마카리 국장은 이번 개편이 시판 후 데이터(Post-market Data) 수집 강화와 병행될 것임을 시사하며, 조만간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업계의 혼선을 줄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