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로 대표되는 기존 면역관문 억제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타깃으로 'PSGL-1'이 바이오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건강한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의 활동을 조절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이라는 제동 장치를 가지고 있다. 암세포는 이 장치를 악용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데, 이를 차단해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되살리는 것이 'PD-1 억제제' 같은 면역관문 억제제의 원리다.
하지만 현재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은 PD-1 억제제는 환자 반응률이 20~30%에 불과하다. 업계가 이 교착 상태를 타개할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이 바로 'PSGL-1'이다.
PSGL-1은 여러 면역관문 단백질의 억제 신호를 포괄적으로 조절하는 '상위 신호전달경로'에 위치한다. 즉, PSGL-1 하나만 억제해도 PD-1은 물론 LAG-3, TIM-3 등 하위 면역관문들의 발현을 동시에 낮추는 '다중 기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발견 당시 PSGL-1은 단순한 '접착 분자'로 여겨졌으나, 2016년 미국 샌퍼드 버넘 프레비스(Sanford Burnham Prebys) 생명연구소 로베르토 티노코(Roberto Tinoco) 박사팀의 연구를 통해 반전이 일어났다.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핵심 기전임이 우연히 발견되면서 치료제 개발의 결정적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물론 상위 경로를 조절하는 만큼 개발 난이도는 높지만,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속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 8개의 PSGL-1 억제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미국의 알트루바이오(Altrubio)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레이올리주맙(leiolizumab, ALTB-268)'과 ▲'네이훌리주맙(neihulizumab, ALTB-168)'이 대표적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두 약물은 임상 1상에서 양호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하며 차세대 면역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PSGL-1은 면역 시스템 전체를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와 같다"며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던 대다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