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미약품이 자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 개발 과제명: HM11260C)'의 '투트랙(Two-Track)' 전략을 본격화했다. 토종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 신약으로서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동시에, 당뇨병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해 안정적인 처방 시장까지 꿰차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은 메트포르민과 다파글리플로진(SGLT-2 억제제) 병용 요법에도 불구하고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제2형 당뇨병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기존 표준 치료에 실패한 환자군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추가했을 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목표다.
한미약품의 이번 행보는 급여와 비급여 시장을 동시에 노린 전략적인 선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빠르면 올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비만 치료제는 비급여 시장을 타깃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 착수한 당뇨병 적응증 임상은 제도권 진입을 위한 포석이다. 당뇨병 적응증을 획득해 급여권에 진입하면 약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 영역에서 대규모 처방 실적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미약품은 앞서 사노피가 진행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시험(AMPLITUDE-O)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 환자 4076명을 대상으로 한 이 임상시험에서 위약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 위험을 27%, 신장 질환 발생 위험을 32%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이는 단순한 혈당 강하 효과를 넘어,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향후 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이러한 전략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장악하고 있는 GLP-1 시장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한미약품은 이들 제품과 달리 '한국인 맞춤형' 데이터와 '가격 경쟁력', 그리고 '공급 안정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전량 생산돼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경쟁 약물 대비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환자층을 흡수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로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고, 당뇨병 치료제로 장기적인 처방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은 신약의 생명주기를 극대화하려는 영리한 전략"이라며 "이미 글로벌 임상을 통해 심혈관 보호 효과 등 차별화된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급여 진입 장벽을 넘는다면 국내 대사질환 시장의 판도를 흔들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