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의 기술 표준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주요국이 규제 체계를 잇달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보건의료 산업은 여전히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진입 기준이 한층 높아진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은 핵심 분야 대부분이 70%대에 머물러,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규제 대응 역량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일 펴낸 '첨단의료복합단지 제5차 종합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보건의료 산업분야 전체 기술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미국) 대비 79.1%, 기술격차는 2.5년으로 조사됐다.
이 중 한국의 의약품 개발 분야는 기술수준 76.5%, 기술격차 3.6년으로 나타나 최고 기술 보유국과 격차가 여전히 크다. 유럽(90.5%)과 일본(80.6%), 중국(76.6%)과 비교해도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부 기술을 보면 단백질치료제는 기술수준 73.5%, 기술격차 3.8년, 백신은 기술수준 74.0%, 기술격차 3.1년, 항체치료제는 기술수준 77.5%, 기술격차 3.5년으로 모두 70%대 중반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약물전달체는 기술수준 78.0%에도 불구하고 기술격차가 5년으로 가장 길었다. 이는 일본(3년)·유럽(3년)·중국(3년)과 비교해도 뒤처진 것이다.
이 같은 기술 격차 속에서 대구·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는 국가 차원의 기술 강화 기반으로 조성된 전주기 연구·사업화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대구는 합성신약 분야와 IT 기반 첨단의료기기를 특성화 영역으로 설정하고,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의약생산센터·전임상센터 등 인프라를 통해 설계·시제품 제작·전임상 지원 기능을 강화해왔다. 오송은 바이오신약과 BT(생명공학) 기반 첨단의료기기를 중심으로 바이오의약생산센터와 비임상센터 등을 구축해 바이오의약 제품화와 평가·검증 기능에서 두드러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두 단지는 규제과학, 기술지원, 평가, 인력 양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국가 거점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특히 오송의 제품화 기술서비스 지원과 인허가 사전 컨설팅 지원은 2016~2024년 누적 9696건(기술 서비스 지원 9420건, 인허가 사전 컨설팅 지원 276건)을 기록하며 산업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상의 구조적 한계도 여전하다. 대구 첨복재단 연구직 평균 재직기간은 2024년 기준 5.6년으로 짧아 핵심 인력의 경험과 기술이 장기적으로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다.
장비 노후화, 센터 간 기능 중복, 단지 간 협력 체계 미흡도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다. 창업기업 육성 성과 부족, 산학연병 협력 제약, 연구개발 지원 기능의 확충 필요성 역시 드러났다.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전반에서도 협력에 대한 취약성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해외 주요 클러스터가 공동 플랫폼과 전략 조직을 중심으로 연구개발부터 임상·평가·사업화에 이르는 전주기 체계를 통합하는 반면, 국내는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 시너지 창출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정부는 지난 10월 22일 제5차 첨단의료복합단지 종합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첨복단지를 국가 대표 바이오헬스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계획에는 ▲수요 맞춤형 기술서비스 체계 구축 및 글로벌 인허가·규제 컨설팅 강화, ▲신약·의료기기 개발·비임상평가·생산 지원을 위한 특화 R&D 프로그램 도입, ▲단지 사이 연계·협력 강화, ▲ 노후화장비 고도화 및 전문인력 양성, ▲정주여건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현실적인 실행력을 확보할 경우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기술격차 해소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