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카나브 패밀리 제품 조합[사진=보령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산 고혈압 치료 신약 '카나브' 패밀리의 약가 인하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소송전에 나선 보령이 법원으로부터 얻어낸 집행정지 결정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복지부가 재항고를 포기하면서 카나브 계열 의약품의 약가 인하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뤄지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4부는 복지부가 '카나브정' 등 11개 품목에 대한 약가 인하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심을 지난달 27일 기각했다. 이후 복지부가 재항고를 포기하면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은 최근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보령은 최소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지는 1심 본안 소송 기간 기존 약가를 그대로 유지하며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이번 소송은 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개정 고시에 보령이 불복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개정 고시는 카나브 패밀리의 약가를 인하하는 것이 골자로, 카나브정 30%, '듀카브정' 21%, '카나브플러스정' 47% 등 핵심 품목의 상한가를 대폭 인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연간 1500억 원대 처방액을 기록 중인 카나브 패밀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로, 실제 약가 인하 단행 시 산술적으로 30% 정도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보령은 "제네릭 제품들은 '단백뇨 감소' 적응증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카나브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하며 복지부의 약가 인하 조치에 반발,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카나브는 '본태성 고혈압'과 '고혈압의 치료요법으로서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단백뇨 감소' 등 2개 적응증을 보유했다. 이 중 단백뇨 감소 적응증은 아직 특허(2036년 1월 만료 예정)가 남아 있어 후발 제약사들은 해당 적응증을 제외하고 본태성 고혈압 적응증으로만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러한 적응증 차이로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만큼, 둘을 동일 선상에 놓고 약가를 연동 인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보령의 논리다.
1심 서울행정법원과 2심 서울고등법원은 보령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며 보령의 손을 들어줬다. 보령의 주장이 본안 소송에서 다퉈볼 실익이 있으며, 약가 인하가 강행될 경우 보령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적으로 복지부가 재항고를 포기하면서 보령은 카나브 패밀리의 매출 성장을 이어가면서 안정적으로 본안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양측의 1심 본안 소송은 13일 첫 변론기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방전에 돌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령은 과거 위염치료제 '스토가' 약가 인하 소송에서 복지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며 최종 승소를 거머쥔 전력이 있다"며 "이러한 경험이 이번 카나브 약가 인하 소송에서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