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르신이 결핵검진을 위한 흉부 X-선 촬영을 위해 대한결핵협회 이동검진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대한결핵협회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다제내성 결핵균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 후보물질이 머지않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현된다면 60여년 만에 새로운 결핵 치료제가 탄생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일본 오츠카(Otsuka)의 '쿼보데피스타트'(quabodepistat). 오츠카는 지난 7월(현지 시간), '쿼보데피스타트'의 3상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환자 모집을 위한 최종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쿼보데피스타트'의 대상 질환인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병되는 감염병이다. 주로 결핵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배출된 비말 속 결핵균이 주변 사람에게 전파되어 감염된다.
결핵의 표준 치료법은 항생제 투약이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항결핵제는 10종 정도가 있는데 대부분 1950~60년대 개발된 약물이다.
문제는 내성이다. 1970년대부터 항결핵제 사용이 급증하면서 항생제 내성 결핵균이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 이후에는 다제내성 결핵균까지 등장, 세계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결핵 환자의 약 3.2%가 다제내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항결핵제 투약법은 4가지 약물을 첫 2개월 동안 매일 복용한 뒤, 1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약물을 추가로 4개월간 복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제내성 결핵의 경우, 투약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최소 18개월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결핵 병변 부위를 수술로 제거하기도 한다.
오츠카의 '쿼보데피스타트'는 이러한 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발 중인 새로운 항결핵제 후보물질이다. DprE1라는 효소를 표적하여 결핵균의 세포벽 형성을 저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무엇보다 이 약물은 현재 쓰이는 10종의 항결핵제와 다른 작용기전인 만큼, 다제내성 결핵균 치료에 실마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아직 '쿼보데피스타트'가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서 확정적인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보고된 바 있다. 올해 4월 발표된 2상 임상시험 중간 분석에서 '쿼보데피스타트' 추가 요법은 초기 투약 단계에서 기존 요법 대비 비열등성을 나타냈다.
다제내성 결핵 치료 시 기존 요법은 초기에 상당한 살균 유효성을 보이지만, 투약이 지속될 수록 그 효과는 급격히 떨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 약물과 다른 작용기전을 가진 '쿼보데피스타트'를 활용하면 18개월 이상 소요되는 기존 치료 기간을 단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쿼보데피스타트'의 3상은 오는 2028년 9월 종료 예정이다. 따라서 '쿼보데피스타트'의 상용화 시점은 2029년 경으로 전망된다.
한편, 2017년 질병관리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결핵 신규 감염환자 중 다제내성 결핵이 차지하는 비율은 3.4%로 나타났다. '쿼보데피스타트' 3상이 국내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약물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