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종근당이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해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저분자 화합물질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가 당뇨병성 망막병증 치료제로서 잠재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돼 주목된다. 회사가 HDAC6 억제제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가운데, 새로운 적응증 연구 성과까지 이어지고 있어 HDAC6 타깃 신약 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분비대사 분야 국제 학술지 '메타볼리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는 당뇨 상태에서 HDAC6를 억제하면 망막병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동물 실험 전임상 결과 논문을 최근 게재했다.
해당 연구는 종근당, 서울대 약대, 성균관대 약대 공동 연구팀이 수행한 것으로, 논문의 제목은 'HDAC6 mediates NLRP3 inflammasome activation in the pathogenesis of diabetic retinopathy'이다.
HDAC6는 비히스톤 단백질의 탈아세틸화를 일으키는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의 하나다. 세포의 성장, 분화, 대사, 항상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로, 암부터 심혈관계 질환까지 다양한 질환과 관련돼 있다
그동안 몇몇 연구를 통해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와 동물 모델 모두에서 HDAC6의 망막 발현이 증가했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HDAC6와 당뇨병성 망막병증 발병 기전 사이의 기전적 연관성, 특히 HDAC6의 유전자 삭제 효과와 경구 투여 방식으로 이용 가능한 HDAC6 억제제의 효과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HDAC6를 당뇨병성 망막병증 발병 기전의 중요한 매개체로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스트렙토조토신과 고지방 식단으로 유도된 당뇨병 생쥐 모델에서 HDAC6는 NLRP3 인플라마좀 활성화를 매개해 망막 염증과 퇴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HDAC6를 억제하면 NLRP3 인플라마좀 활성화를 억제하고 망막 손상을 완화해 당뇨병성 망막병증 증상을 현저히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LRP3는 선천성 면역인자로 최근 면역 및 염증 질환 치료에서 중요한 표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NLRP3가 자극받으면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인플라마좀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NLRP3 활성이 조절되지 않으면 만성 염증으로 인한 조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NLRP3 인플라마좀 활성화를 통한 당뇨병성 망막병증 발병 기전의 면역 조절 메커니즘에서 HDAC6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HDAC6 억제는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넘어, 당뇨병 합병증을 해결하는 유망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 HDAC6 관절염 치료 연구 논문도 발표
특발성폐섬유증 적응증 특허등록 절차 진행 중
종근당은 앞서 올해 3월, 생체 내 항관절염 활성을 갖는 테트라하이드로인다졸론 기반 HDAC6 억제제에 관한 연구 논문도 유기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바이오오가닉&메디컬 케미스트리(Bioorganic & Medicinal Chemistry)'에 게재한 바 있다.
이 논문은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항 관절염 효능이 우수한 새로운 HDAC6 억제제인 화합물에 관한 것으로, 연구는 종근당과 성균관대 약학대학이 함께 진행했다.
연구 결과, 종근당이 발굴한 HDAC6 억제제 후보물질은 피부 T 세포 림프종 세포에서 히스톤 아세틸화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튜불린의 아세틸화 수준을 증가시키고 염증 물질로 자극된 대식세포 세포의 TNF-α 분비를 억제했다.
관절염을 유발한 생쥐 실험에서는 관절염 점수를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주로 쓰이는 성분인 메토트렉세이트와 병용 시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생체 내 항관절염 효능이 우수한 새로운 HDAC6 억제제 후보물질은 경구용 항관절염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HDAC6 억제제를 이용한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와 관련한 연구도 진행했다. 회사는 다수 HDAC6 억제제 조성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후보 대상 중 다수 물질이 TGF-β1로 유도된 섬유화 단백질의 발현을 크게 억제했다.
이러한 효과는 생쥐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종근당의 HDAC6 억제제 조성물 후보물질들은 폐섬유화증이 유발된 생쥐에서 섬유화 단백질인 COL1A1과 α-SMA의 발현을 현저하게 줄였다. 폐섬유증의 병증 수준을 수치화한 애쉬크로프트 점수(Ashcroft score)도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생쥐들의 활동성이 개선됐다.
현재 이와 관련한 특허등록 절차가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하면, 회사는 해당 후보물질의 개발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종근당이 이처럼 HDAC6 억제제 연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치료 분야 확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HDAC6 억제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종근당은 희귀 난치성 유전병인 사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HDAC6 억제제 후보물질 'CKD-510'을 지난해 노바티스에 최대 1조 7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이는 종근당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으로, 계약금만 1000억 원(8000만 달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