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제2형 당뇨병와 같은 만성질환을 한방에 해결하는 유전자 치료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이해 AI ChatGPT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제2형 당뇨병 등 현대인의 고질적인 만성질환을 유전자 치료로 완치하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들 질환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필연적 결과물로, 고령화와 식생활 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환자들은 질환의 완치가 아닌 증상 악화 방지와 합병증 예방을 위해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매일 약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그동안 서방형 제제나 복합제 개발 등을 통해 복용 순응도를 개선해 왔지만, 이러한 노력은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데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치료제가 대사 경로의 특정 효소나 수용체를 일시적으로 억제 또는 활성화하는 것에 그쳤다면, 유전자 치료제는 질환의 근본 원인인 유전적 요인을 직접 찾아 치료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결핍됐거나 기능에 이상이 생긴 유전자를 대체하기 위해 환자로부터 수집된 유전물질을 재조합해 사용하는 치료제다. 항암제로 잘 알려진 CAR-T 세포 치료제가 대표적 유전자 치료제다. 환자의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을 능동적으로 찾아 제거하도록 설계됐다.
유전자 치료제는 희귀 유전질환 분야에서 단 1회 투여만으로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며 이른바 '원샷 치료제'로 불린다.
관건은 이러한 치료 원리를 만성질환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다. 그동안은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적 요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유망한 접근법으로만 여겨졌으나, 관련 기전이 하나둘 규명되면서 만성질환 분야 유전자 치료제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 이상지질혈증은 유전자 치료제가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분야다. 간은 지질 대사의 핵심 기관으로, 간세포 내의 특정 유전자를 표적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전략이 주를 이룬다. 특히 PCSK9과 같은 단백질 합성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편집하여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저밀도지단백) 수치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법을 적용한 대표적인 후보물질이 미국 바이오벤처 기업 베르베 테라퓨틱스(Verve Therapeutics)의 'VERVE-102'다. 'VERVE-102'는 PCSK9 억제 기전의 RNA 편집 치료제 후보물질로, PCSK9를 반영구적으로 억제하여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축적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회사 측은 현재 'VERVE-102'를 임상 1상 단계에서 평가하고 있다. 임상 종료 예정시점은 2027년 8월이다.
#제2형 당뇨병 =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 접근법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과 함께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를 겪는데, 유전자 치료제는 베타세포의 재생을 촉진하거나 인슐린 생산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경로를 복구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상지질혈증과 달리 제2형 당뇨병 유전자 치료제 개발은 아직 전임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순히 인슐린 분비를 돕는 수준을 넘어 췌장 베타세포 내 인슐린 합성 관련 유전자인 Pdx1이나 MafA와 같은 인자에 개입해 세포의 생존과 기능을 조절해야 하는 고도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의 청사진이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업계는 이러한 난관만 극복한다면 제2형 당뇨병 유전자 치료제 개발도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혈압 = 고혈압은 만성 질환 유전자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영역이다. 현재 고혈압 유전자 치료는 가설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연구와 비교해도 개발 진척도가 낮은 상황이다.
혈압 조절의 핵심 경로인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체계(RAAS)를 표적으로 한 유전자 제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 역시 초기 실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고혈압 유전자 치료제 연구는 주요 혈압 조절 경로를 정밀하게 겨냥할 수 있는 유전자 제어 기술 확보와 초기 임상 진입을 위한 전임상 검증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적지 않지만, 관련 연구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만성질환 분야에서도 유전자 치료제가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