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B형 간염 치료 신약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의 제네릭 상표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결국 국내 제약사들의 패배로 끝났다. 이에 따라 당장 제네릭사들은 제품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전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법원 특별3부는 11일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 등 3개 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등록 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들(동아에스티·대웅제약·삼일제약)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이유가 법에서 정한 특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대법원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본안 재판 없이 곧바로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번 판결로 동아에스티의 '베믈리아', 대웅제약의 '베믈리버', 삼일제약의 '베믈리노' 등 3개 제네릭 제품의 국문 및 영문 상표권은 무효 처리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 소송은 국내 제약사들이 연매출 600억 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신약 베믈리디의 제네릭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 등 3개 제약사가 오리지널 제품의 명칭과 유사한 상표를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처방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려는 제네릭 특유의 네이밍 전략이었으나, 길리어드는 자사 상표권의 가치 훼손과 처방 현장의 오인·혼동을 주장, 해당 3개 제약사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상표권 무효 심판을 청구하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당시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삼일제약 외에도 제일약품(테카비어디), 종근당(테노포벨에이), 삼진제약(타프리드), 한국휴텍스제약(가네리드), 동국제약(알포테린) 등 5개 제약사가 베믈리디 제네릭을 허가받아 판매 중이었지만 심판 청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들 5개 제약사의 제네릭 상표는 단순히 베믈리디의 주성분인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 또는 치료 표적 기관의 명칭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베믈리디 제품명과 유사점이 적은 만큼 시장에서 오인·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차전 격인 특허심판원 단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승기를 잡았다. 특허심판원은 양측의 제품명이 다르고 처방 현장에서 수요자가 혼동할 우려가 적다며 길리어드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길리어드는 이 같은 심결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고, 2심인 특허법원에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특허법원은 지난 2월 베믈리버, 베믈리아, 베믈리노 등의 명칭이 베믈리디와 유사해 상표권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며 오리지널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명칭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베믈리(Vemli)' 부분이 수요자에게 강한 청각적 인상을 주는 '요부'에 해당한다고 판단,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제품명이 유사하다고 봤다.
핵심 브랜드를 잃을 위기에 처한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며 총력전에 돌입했다.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쌓 인지도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 사건 진행 내용에 따르면, 피고 측 소송대리인들은 지난 4월 중순 일제히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원심의 요부 판단 논리를 반박하는 등 막판까지 치열한 법리적 공방을 준비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상표 무효 논리에 법리적 오해나 위법이 없다고 보고, 사건 접수 약 3개월 만에 최종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번 상고심 패소 확정으로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 등 3개 제약사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무효화된 상표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제품명으로 영업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시중에 유통된 제품 포장재와 브로슈어 등 각종 마케팅 인쇄물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 물리적·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큰 타격은 그동안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잃게 된 것이다. 이미 일선 병의원에서 기존 이름으로 처방 코드가 굳어진 상황에서 제품명이 갑자기 변경될 경우 영업 전선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제품명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제네릭 경쟁사들과의 점유율 싸움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다만, 의약품 자체의 입증된 효능과 품질이 변하는 것은 아닌 만큼 관련 제약사들의 시장 전략에 따라 이번 소송 결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벼랑 끝에 몰린 제네릭 3사가 이번 '간판 교체'의 위기를 어떻게 수습하고 처방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