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던 대사질환 및 노인성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 국내 제약사인 HK이노엔이 도전장을 내밀고 본격적인 임상 레이스에 돌입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을 성공시키며 블록버스터급 개발 역량을 입증한 HK이노엔은 이제 근감소증 및 비만 병용 치료제 시장으로 연구개발 영역을 대폭 확장하며 포스트 케이캡 시대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HK이노엔은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근감소증 치료 신약후보물질 'IN-207907'의 2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 2상 시험은 노인성 근감소증 환자를 대상으로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 대조, 평행군 등 엄격한 설계 방식으로 진행한다. 아주대학교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의 주도로 유효성과 장기 안전성을 정밀하게 평가할 예정이다.
HK이노엔이 보유한 근감소증 파이프라인은 신약 개발 전문 기업 카인사이언스와 공동 개발 중인 'KINE-101'이 유일한 것을 고려할 때, IN-207907은 HK이노엔 주도로 임상 단계에 돌입한 KINE-101의 새로운 과제명으로 해석된다. 실제 HK이노엔과 카인사이언스는 올해 KINE-101의 2상 임상시험 진입을 예고한 바 있다.
근감소증은 과거 단순한 노화 현상 중 하나로 여겨졌으나, 기대수명 연장과 함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독립적인 질병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 제약산업의 미개척 시장이자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수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근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3년 이미 그 규모가 4조 원을 넘어섰으며 지금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근감소증 적응증으로 승인된 근본적인 치료 약물은 전무한 실정이다.
IN-207907은 체내 염증 반응 조절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단백질인 'ERDR1'에서 유래한 혁신적인 펩타이드 기반 물질이다.
기존의 근감소증 약물 후보들이 호르몬이나 근육의 동화작용을 인위적으로 자극해 심혈관계 부작용을 유발했던 것과 달리 이 물질은 조절 T세포(Treg)를 강력하게 활성화해 면역 항상성을 조기에 회복, 전신 염증을 완화하고 근육 손실을 억제하는 독창적인 기전을 갖췄다.
무엇보다 IN-207907은 이미 안전성 및 내약성 프로파일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에서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을 마쳤으며, 국내에서도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HK이노엔이 IN-207907의 1상 임상시험을 건너뛰고 곧바로 2상 임상시험에 직행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비만치료제 근손실 해결사 역할 '주목' … 병용요법 시너지 기대
IN-207907의 2상 진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들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들은 탁월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고 있지만, 대부분 근육 손실을 동반한다는 임상적 한계점을 안고 있다.
HK이노엔도 주 1회 피하투여형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차세대 비만치료제인 'IN-B00009'를 개발 중으로, 올해 초 3상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을 완료했다. 회사는 IN-B00009와 IN-207907을 병용투여하면 근육량 감소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양사의 전략적이고 수평적인 역할 분담은 임상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HK이노엔은 오랜 기간 축적된 방대한 임상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국내 2상 임상시험 수행을 총괄 지휘하고 전반적인 허가와 상업화 전략을 주도한다. 원개발사인 카인사이언스는 자사의 독보적인 바이오 공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순도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안정적인 대량 생산과 기술 지원을 전담한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으로 국산 블록버스터 성공 신화를 쏘아 올린 HK이노엔은 이제 대사질환과 노인성 면역 질환으로 주력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는 포스트 케이캡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근감소증 치료 신약후보물질의 2상 임상시험이 HK이노엔의 글로벌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