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케미칼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스탠다임과 손잡고 암과 섬유질 질환을 정조준하는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정복하지 못한 '리실 산화효소 동족체 2(LOXL2)' 저해제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양사는 공동 연구를 통해 LOXL2 효소를 비가역적으로 억제하는 신규 헤테로사이클릭 화합물 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독점권 확보를 위해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LOXL2 효소는 우리 몸속 조직을 딱딱하게 만드는 섬유화 현상의 주범이다. 암세포 주변의 기질을 단단하게 굳혀 면역세포나 항암제가 암 조직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치는 역할도 한다. 그동안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이 효소를 억제하려 했지만, 대부분 임상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SK케미칼이 제시한 해결책은 정밀한 소분자 화합물이다. 과거 길리어드 등 빅파마들이 시도했던 항체 치료제는 분자 크기가 너무 커서 딱딱하게 굳은 조직 내부까지 깊숙이 침투하기 어려웠다.
이와 달리 SK케미칼이 도출한 물질은 분자 크기가 작아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고, LOXL2 효소의 활성 부위에 강력한 공유 결합을 형성해 효소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기존 치료제가 안고 있던 세포 투과성 저하 문제 역시 최신 화학 기술을 도입해 극복했다. '더 작고, 더 단단하게' 목표물을 타격하는 정교한 총알을 만든 것이다.
실제 생화학적 평가 결과는 해당 후보물질의 높은 상업적 완성도를 방증한다. 전체 42개 실시예 중 16개 화합물이 300nM 미만의 IC50(50% 억제 농도) 값을 기록하며 강력한 효소 저해능(A등급)을 기록했다.
단순 효소 억제를 넘어 세포 수준에서의 항섬유화 효능도 교차 검증됐다. 인간 간성상세포주를 활용해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환경을 구현한 뒤 가용성 콜라겐 생성 억제력을 평가한 결과, SK케미칼이 도출한 후보물질은 IC50 1mM 미만의 우수한 차단능(A등급)을 나타냈다.
SK케미칼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및 간경변증, 특발성 폐섬유증(IPF) 등 만성 섬유화 질환을 겨냥해 LOXL2 억제제 개발을 추진 중으로, 기전적 특성을 활용해 암세포의 전이와 성장을 차단하는 혁신 항암제로의 적응증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날개 단 SK케미칼 … 항암·섬유화 치료제 개발 가속
이번 연구의 성공은 SK케미칼이 추진해 온 '오픈 R&D' 전략의 결실로 해석된다. 과거 약물을 재활용하는 수준의 협력을 넘어 AI 플랫폼을 통해 세상에 없던 신규 물질을 직접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SK케미칼은 신진대사, 염증, 세포 외 기질 축적에 이르는 다각적인 파이프라인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섬유화 질환 치료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 외부 유망 바이오 벤처와의 전방위적 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최근 자가면역질환 및 섬유증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와 신규 신약 과제 발굴 및 공동 연구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냈다. 합성신약 기술을 보유한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과는 MASH 및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 및 임상 데이터를 공유하고 후속 개발 전략을 심층적으로 논의 중이다.
여기에 스탠다임과의 LOXL2 억제제가 더해지면서 난치성 섬유화 시장을 공략할 촘촘한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섬유화 질환 및 종양 미세환경 조절 약물에 대한 임상적 갈증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SK케미칼이 이번 저분자 LOXL2 억제제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 명가로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