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야가 개발한 표적치료제 다로바세르팁(darovasertib)에 화이자(Pfizer)의 잴코리(Xalkori)를 더한 병용요법이 지금까지 승인된 표적치료제가 없던 HLA-A2 음성 전이성 포도막흑색종의 첫 승인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지금까지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HLA-A2 음성' 전이성 포도막흑색종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열렸다. 표적 병용요법이 임상에서 뚜렷한 유효성을 입증하며 첫 승인 치료제 탄생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 아이디야 바이오사이언스(IDEAYA Biosciences)와 프랑스 세르비에(Servier)는 현지시간 6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6) 구두발표 세션에서 '옵티멈-02(OptimUM-02)' 임상 2/3상 1차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임상은 아이디야가 개발한 PKC(단백질인산화효소C) 억제 표적치료제 '다로바세르팁(darovasertib)'에 화이자(Pfizer)의 c-MET(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 억제제 '잴코리(Xalkori, 성분명: 크리조티닙·crizotinib)'를 더한 병용요법을 평가한 것으로, 'HLA-A2 음성' 전이성 포도막흑색종 1차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올해 1월 23일 데이터 컷오프 기준 등록 환자는 313명이었다. 이 가운데 210명은 다로바세르팁·잴코리 병용군에, 나머지 103명은 의료진선택요법(Investigator's Choice Therapy, ICT)군에 배정됐다. ICT는 정해진 단일 약을 쓰는 대신, 담당 의료진이 현재 표준치료 범위에서 환자에게 맞는 요법을 고르도록 한 대조군이다.
이에따라 ICT군에는 현재 표준치료로 쓰이는 면역항암제가 그대로 들어갔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여보이(Yervoy, 성분명 : 이필리무맙·ipilimumab)'와 '옵디보(Opdivo, 성분명 : 니볼루맙·nivolumab)' 병용요법, 그리고 머크(Merck)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단독요법을 받았다. 신약을 임상시험용 가짜약이 아니라 현행 최선의 치료와 맞붙인 설계다.
PFS·ORR, 면역항암제 대조군 압도
임상 결과,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병용군이 6.9개월로 ICT군(3.1개월) 대비 우월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58%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종양 반응에서의 격차는 더욱 컸다. 객관적반응률(ORR)은 병용군이 37.1%를 기록해 5.8%에 그친 ICT군을 6배 이상 크게 앞섰다. 특히 병용군에서는 5건의 완전관해(CR) 사례가 보고됐다. 이는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극히 낮았던 기존 전이성 포도막흑색종 치료 현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수치다.
내성 경로까지 차단하는 병용 전략
포도막흑색종은 눈의 포도막에서 생기는 희귀 흑색종이다. 피부 흑색종과 달리 면역항암제 반응이 낮고, 전이 단계에서는 예후가 나쁜 암종으로 꼽힌다.
문제는 전이 이후다. 포도막흑색종은 절반 가까이가 간으로 전이된다. 간 등 전신으로 퍼진 단계에서는 수술이나 방사선 같은 국소치료가 불가능해 전신치료(systemic therapy)가 필수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2년 1월 '킴트랙(Kimmtrak, 성분명: 테벤타푸스프·tebentafusp)'을 승인했으나, HLA-A2 양성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쓰인다는 한계가 있었다.
포도막흑색종의 상당수는 GNAQ 또는 GNA11 유전자 변이로 인한 PKC 경로 과활성화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PKC 억제제 단독으로는 PI3K/AKT와 같은 우회 내성 신호 경로를 차단하지 못해 임상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이번 병용요법은 PKC를 차단하는 '다로바세르팁'에 c-MET 억제제 '잴코리'를 조합해, 암세포의 우회 생존 경로까지 동시에 봉쇄하는 전략으로 이 한계를 극복했다.
가속승인 추진… 남은 과제는 OS
아이디야는 이번 PFS 데이터를 근거로 2026년 하반기 FDA에 신약승인신청(NDA)을 완료하고 가속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실시간 종양학 심사(Real-Time Oncology Review, RTOR)를 통해 NDA 사전 제출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정식 승인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앞선 '옵티멈-01(OptimUM-01)' 1/2상에서 병용군 OS 중앙값은 21.1개월로 역사적 대조군(10~12개월)을 웃돌았으나, 이번 임상에서의 최종 생존 이득은 입증하지 못했다. 데이터 성숙도에 따라 OS 확보는 2027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이디야 측은 OS를 포함한 전체 데이터를 2026년 중 주요 학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상 결과의 의미는 두 갈래다. 하나는 미충족 수요가 큰 HLA-A2 음성 환자군에서 PFS와 ORR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표적은 알려져 있었지만 승인 치료제로 이어지지 못했던 영역에서, 병용 표적치료가 등록 임상 단계에서 뚜렷한 신호를 냈다는 점이다. 이번 병용요법이 치료 공백을 메울 표적치료 옵션으로서, 가속승인을 넘어 정식 치료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