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에 위치한 HK이노엔 스퀘어 [사진=HK이노엔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이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차세대 비만 신약 '에크노글루타이드(Ecnoglutide, 개발 과제명 IN-B00009)'가 대사질환 1차 치료제 및 항응고제와의 병용 투여에서 안전성을 입증했다. 치료역이 좁은 약물과의 상호작용 장벽을 넘어선 만큼, 다약제 사용이 많은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는 약물 간 약동학적(PK) 및 약력학적(PD) 상호작용을 평가한 1상 임상시험을 통해 에크노글루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및 좁은 치료역(NTI)을 가진 '와파린'과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해당 연구는 28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차 설계 임상으로, 에크노글루타이드 1.2mg을 항정상태(Steady-state, 약물 혈중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까지 도달하도록 투여한 후 타 약물과의 병용 시 체내 노출량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연구 결과, 에크노글루타이드는 메트포르민의 체내 총 노출량(AUC)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혈중 농도 곡선하 면적(AUC0-inf)의 기하평균비율(GMR)은 102.65%로, 동등성 허용 기준치인 80~125% 구간에 부합했다.
약물의 초기 흡수 속도를 나타내는 최고혈중농도(Cmax)가 약 19% 감소하고 최고 농도 도달시간(Tmax)이 소폭 지연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이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고유 기전인 '위 배출 시간 지연'에 따른 생리학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메트포르민의 전체 노출량(AUC)은 변화가 없었던 만큼, 에크노글루타이드와 병용 투여 시 상호작용으로 인한 메트포르민의 효능 저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은 와파린과의 병용 투여 결과다. 와파린은 체내 흡수량이나 청소율이 미세하게 변해도 과다 출혈이나 뇌졸중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신약의 병용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에크노글루타이드와 와파린을 병용 투여한 환자들의 국제표준화비율(INRmax, 피가 응고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표준화한 지표) GMR은 105.63%, 전체 효과 총량(AUC_INR)의 GMR은 104.64%를 기록해 에크노글루타이드가 와파린의 농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심방세동이나 심혈관계 기저질환으로 와파린을 복용 중인 비만·당뇨 환자에게 에크노글루타이드를 병용 처방하더라도, INR 모니터링 빈도를 늘리거나 와파린 용량을 재설정할 필요 없이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병용요법 안전성 확보로 파이프라인 확장 청신호 … 글로벌 가치·상용화 기대감 고조
이번 약물 상호작용 데이터 확보는 HK이노엔의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 고도화 전략과 직결된다. 다른 약물의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양한 병용요법 활용과 복합제 개발의 기술적 타당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세계 최초의 cAMP-바이어스드(biased) GLP-1 수용체 작용제다. 기존 GLP-1 계열 대비 신호 전달의 선택성을 높여 약효 지속성과 대사 개선 효과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전적 우수성은 실제 임상 지표로도 증명됐다. 앞서 원개발사인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한 3상 임상시험(SLIMMER)에서 에크노글루타이드 투여군은 48주 차에 평균 15.4%의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달성하며 현존 최고 수준의 효능을 입증했다.
HK이노엔은 에크노글루타이드의 확고한 단일제 효능과 안전한 병용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경구제 및 이에 기반한 복합제 개발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이미 사이윈드로부터 이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상태다.
상업화를 위한 국내 임상 및 허가 타임라인도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비만 적응증으로 국내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HK이노엔은 약 8개월 만에 313명의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40주간의 환자 투약을 올해 안으로 모두 마무리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글로벌 가치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가 사이윈드로부터 에크노글루타이드의 중국 내 독점 상업화 권리를 7000억 원 규모에 전격 인수하며 약물의 잠재력이 세계 시장에 각인됐다.
에크노글루타이드가 최종 상업화 관문을 통과할 경우,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에 이어 대사질환 영역에서 새로운 대형 수익원을 추가하게 된다.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의 GLP-1 계열 약물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HK이노엔의 에크노글루타이드가 이번 임상에서 입증된 상호작용 안전성을 무기로 상용화 이후 시장 구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