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과 함께 동력을 잃어가는 듯했던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이 '항암 백신'이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과 함께 동력을 잃어가는 듯했던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이 '항암 백신'이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그간 고질적 한계로 지적됐던 '불안정성'과 '짧은 반감기'가 오히려 정상 세포를 보호하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강력한 안전장치로 재해석되면서, 표준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mRNA의 빛과 그림자: 속도의 축복, 안정성의 저주
mRNA는 세포 핵 안의 DNA 유전 정보를 리보솜에 전달해 단백질 합성을 유도하는 매개체다. 유전 정보만 알면 신속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특성 덕분에, 기존에 10년씩 걸리던 백신 개발 기간을 팬데믹 당시 1년 남짓으로 단축하며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mRNA는 DNA와 달리 체내에서 쉽게 분해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영하 50~70도의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콜드체인 비용도 큰 부담이다. 이 비용이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보관과 운송이 용이한 전통적인 불활성화 백신에 밀려 mRNA 기술의 활용 범위가 점차 좁아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된 이유다.
◇역설의 미학: 짧은 수명이 오히려 '안전장치'
그럼에도 업계는 여전히 mRNA 기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암 치료 영역에서는 이 '불안정성'이 오히려 강력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예방 백신은 면역 반응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유리하지만, 항암 치료는 다르다. 면역 자극이 과도하게 길어지면 정상 조직까지 공격하는 자가면역 반응의 위험이 커지는데, mRNA는 특유의 불안정한 구조 덕분에 체내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생성한 뒤 빠르게 분해되는 '짧은 반감기'를 갖는다. 즉, 물질이 오래 머물지 않고 사라지는 이 특성이 면역 과잉 반응을 차단하는 정밀한 '안전장치'가 되는 셈이다.
◇암세포 저격하는 '치료용 백신'의 등장
mRNA 암 백신은 암세포 고유의 신생 항원 정보를 체내에 주입해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공격하게 만든다. 이는 평생 한두 번 맞고 암을 예방하는 주사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암세포에 대해 즉각적이고 정밀한 대응을 유도하는 고도의 '치료 전략'이다.
대표적인 주자는 미국 MSD(Merck)의 암 백신 후보물질 '인티스메란(Intismeran, V940/mRNA-4157)'이다. 이 물질은 질병 예방이 목표가 아니다. 기존 면역관문 억제제의 효과를 보완하여 면역 세포의 활성을 극대화하는 치료용 백신으로 개발되고 있다.
◇2030년, 암 정복의 새로운 전성기 예고
실제 임상적 성과는 고무적이다.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명: INTerpath-002)에서 '인티스메란'과 PD-L1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pembrolizumab·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은 '키트루다' 단독요법 대비 암 재발율을 49%나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MSD는 여러 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인티스메란'을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흑색종에 대한 3상은 오는 2029년 10월 1차 평가변수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는 mRNA 기술이 암 정복의 새로운 열쇠가 되어 오는 2030년경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