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이 차세대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국소 마취제 성분 '로피바카인' 탑재 용해성 하이드로겔 마이크로니들(HFMN)이 생체 외 실험을 기반으로 한 개념증명 연구에 이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침습적인 카테터를 삽입해야 했던 기존 마취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진통 솔루션으로서 잠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독자 개발 중인 로피바카인 탑재 마이크로니들은 실험용 생쥐 모델을 활용한 전임상 시험에서 수술 후 통증을 최장 72시간 동안 제어하고 염증 반응까지 절반 수준으로 억제하는 효능을 입증했다.
로피바카인은 제왕절개, 관절 치환술, 외과 수술 등 각종 절개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임상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대표적인 국소 마취제다.
그동안 수술 후 통증 관리(POPM) 프로토콜에서는 일명 '페인버스터'로 불리는 상처 부위 지속적 침윤 마취 방식으로 로피바카인이 활용돼 왔다. 하지만 이는 약물이 들어있는 엘라스토머 펌프와 연결된 미세 카테터를 체내 조직 깊숙이 직접 꽂아 넣어야 하는 침습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주사 방식은 바늘 삽입 과정 자체로 인한 추가적인 조직 손상은 물론, 장기간 카테터 거치로 인한 2차 감염 우려가 컸다. 또한 무거운 펌프 장비가 환자의 조기 보행과 회복을 방해한다는 단점도 꾸준히 지적됐다.
대웅제약은 이러한 침습적 투여 방식의 단점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피부에 부착 시 체액을 흡수해 팽윤하는 하이드로겔 마이크로니들 지지체와 그 위에 약물 저장소를 결합한 독창적인 이중 구조 패치를 고안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제형에 대한 정밀한 최적화가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폴리비닐알코올(PVA)과 폴리비닐피롤리돈(PVP)을 가교 결합해 기계적 물성을 극대화한 'MN2' 제형 바늘과 분말 수용액을 급속 냉각해 수분을 승화시키는 동결건조 공법으로 제조된 'LYO' 다공성 약물 저장소를 결합했을 때 압도적인 효능이 발휘되는 것을 확인했다.
1시간 내 마취 발현·72시간 지속 … 진통 넘어 신경성 염증까지 차단
구체적인 체외(In vitro) 피부 투과도 및 침적 실험 결과, LYO를 결합한 로피바카인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강력한 모세관 현상을 통해 피부 아래 간질액을 빠르게 흡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저장소에 있던 로피바카인은 단시간에 대량으로 용해돼 하이드로겔 매트릭스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피부 진피 조직과 팽윤된 하이드로겔 자체가 약물을 고스란히 머금는 거대한 '데포(Depot)' 역할을 수행하며 24시간 기준 가장 높은 총 약물 전달량을 기록했다.
수술 후 통증 유발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한 생체 내(In vivo) 전임상 효능 평가는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최적화된 MN2-LYO 제형 패치를 인위적 수술 절개 부위에 부착한 결과, 투여 후 단 1시간 이내에 진통 지표인 '최대 가능 효과 백분율(%MPE)'이 50%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경피 흡수 패치제가 약효 발현까지 수 시간이 소요되는 지연 현상을 겪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신속한 마취 발현 효과를 구현해 낸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진통 효능은 패치 부착 후 최대 72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장기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외과 수술 후 환자가 가장 극심한 통증을 겪고 마약성 진통제를 빈번하게 요구하는 급성 통증기는 통상 수술 직후부터 48~72시간까지다. 대웅제약의 로피바카인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단 한 번 부착으로 이 골든타임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연구에서는 로피바카인 마이크로니들이 단순한 신경 신호 차단을 넘어 수술 부위의 국소적 면역 염증 반응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세포 및 조직 내 염증 매개 인자 분석 결과,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부착한 동물 모델은 음성 대조군이나 기존 피하 주사 투여군과 비교해 대표적인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6(IL-6)와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의 발현 수준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특히 진통 효과가 가장 강력했던 MN2-LYO 투여 그룹의 경우, 음성 대조군 및 피하 주사 투여군과 비교해 상처 부위 염증성 인자를 최대 50%가량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신경성 염증의 악순환 고리를 분자 단위에서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POC 이후 2년 만의 전임상 성과 … 비만·성장호르몬 등 파이프라인 확장 가속
대웅제약은 앞서 지난 2024년 국제약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harmaceutics)을 통해 로피바카인 마이크로니들의 진피 내 약물 전달 개념증명(POC) 연구를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이후 2년여 만에 단순 약물 투과를 넘어 생체 내 장기 진통 지속성과 사이토카인 억제 효과까지 입증한 후속 전임상 결과를 확보하면서 상용화 발판을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다.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는 현재 독자적인 고밀도 집적 플랫폼 'CPM(Close-Packed Microneedle)' 기술을 기반으로 비만 치료제(DWRX5003), 소아 성장호르몬(DWRX5001) 등 다수의 마이크로니들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이번 로피바카인 패치의 전임상 성과가 대웅제약이 구축한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의 상업적 가치와 적응증 확장성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약물 전달과 중개 연구(Drug Delivery and Translational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