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앞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의 실사는 시설 위험도에 따라 두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FDA의 실사는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 중 하나다.
FDA는 6일(현지시간) 하루짜리 '점검 평가(Inspectional Assessment)'를 정식 실사의 보완 수단으로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FDA는 지난달부터 외부에 알리지 않고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1일 실사 대상으로 분류된 46건의 평가 가운데 대부분이 '무조치(No Action Indicated, NAI)'로 종결됐다고 FDA는 설명했다. 일부는 중대한 관찰사항이 발견돼 하루를 넘겨 검사가 확대됐다. 시범사업은 오는 9월까지 이어진다.
FDA는 "AI의 위험도 판별 대상은 식품, 동물용 식품, 바이오의약품, 의료제품, 임상연구 등 다수 분야"로 "1일 평가 대상 시설은 제품 유형, 과거 실사 이력, 운영 특성 등 위험기반 기준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FDA 국장은 "더 짧고 표적화된 평가는 규제 엄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시설을 살필 수 있게 해 준다"며 "특히 저위험 시설에는 신속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운영 차질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AI가 저위험 시설을 골라낸다
마카리 국장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식품의약품법학회(FDLI) 연례 콘퍼런스에서 "1일 점검 평가는 우리 AI가 저위험으로 식별한 시설에 대한 스크리닝 검사"라고 개념을 규정한 뒤, "더 많은 검사를 수행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하루짜리 안전 스크리닝에서 안전 이슈가 발견되면 조사관이 검사를 연장할 권한을 보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위험 모델을 실사 운영에 직접 결합한 첫 사례라는 점도 강조했다.
◆ '저위험'과 '고위험' 시설 분류 기준은?
FDA는 앞으로 위험도에 따른 두 갈래 실사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했다. 정식 실사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1일 점검 평가는 저위험 시설을 빠르게 훑는 보완 도구로 활용하고 고위험·복합 시설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위험도 분류는 점수 체계로 산출된다. '위험기반 사이트 선정 모델(Site Selection Model, SSM)'이 6개 인자를 종합해 시설별 점수를 매긴다. ▲시설 유형 ▲과거 '483'·'경고서한(Warning Letter)' 등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이력 ▲리콜 신호 ▲제품 고유 위험 ▲외국 규제기관 실사 여부 ▲등록정보와 실제 운영 간 정합성 등이다.
제품 고유 위험에는 무균제제·좁은 치료지수 의약품 등이 가산점 요인으로 들어간다. 특히 과거 실사 등급이 점수에 누적된다. 무조치(NAI), 자발적 시정(VAI), 공식 조치(OAI) 가운데 OAI를 받으면 위험 점수가 올라간다.
FDA의 설명에 의하면, 사전 실사 이력이 없고 좁은 치료지수 의약품을 무균 제조하는 시설은 고위험군이다. 반면 일반 경구제(정제·캡슐) 위주에 컴플라이언스 이력이 깨끗한 시설은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분류가 쉽지 않은 시설도 있다. 컴플라이언스 이력은 양호하지만 FDA에 등록된 정보와 실제 공장 운영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시설이 대표적이다. FDA는 "1일 점검 평가에서 이런 불일치가 드러나면 조사관은 곧바로 검사를 연장한다"고 경고했다.
◆ 국내 업계, 기회와 부담 공존
FDA 승인을 노리는 국내 기업도 이러한 변화에 발 맞춰 실사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 유럽연합(EU) 등 상호인정협정(MRA, Mutual Recognition Agreement) 파트너 기관 실사를 마친 양호 등급 시설, 일반 경구제 제조소처럼 컴플라이언스 이력이 깨끗한 사이트는 1일 점검 평가로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수출용 의약품의 시장 진입 일정이 짧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고위험 시설에는 압박이 가중된다. 저위험 시설을 빠르게 스크리닝해 아낀 역량을 고위험 시설 실사에 집중 투여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무균주사제 제조 사이트,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 과거 공식 조치(OAI) 이력이 있는 시설은 종전보다 더 높은 강도로 1~2주 이상의 정식 실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 평소 위험도 점수 관리가 변수
엘리자베스 밀러(Elizabeth Miller) FDA 검사·조사 담당 부국장은 "결과 추세, 위험 신호, 조사관 피드백 등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의 운영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이번 접근법이 전체 실사 전략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FDA는 현재 검사 소요시간, 추가 검사 전환율, 위험기반 의사결정 활용도 등을 평가 지표로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