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과 유한양행 등을 필두로 시작된 제약업계의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 러시가 거세다. 기존 신약 개발과 의약품 영업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진단 보조 및 의료 IT 솔루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유망 의료 AI 기업들과 손잡고 전용 솔루션의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하는 등 헬스케어 생태계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단 AI부터 의무기록 자동화까지 … 속도 내는 제약사들
삼진제약은 최근 AI 기반 의료·헬스케어 기업 온택트헬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심장초음파 AI 솔루션 '소닉스 헬스(SONIX HEALTH)'의 국내 독점 공급에 나섰다. 소닉스 헬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획득한 자동 분석 솔루션이다. 검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던 판독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검사 소요 시간을 70% 이상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삼진제약은 기존에 도입한 웨어러블 심전도 홀터 모니터링 기기 '에스패치 에이엑스(S-Patch Ex)'와 이번 심장초음파 AI 솔루션을 연계해 심혈관 질환 진단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동아에스티도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의료정보시스템 박람회 'HIMSS 2026' 현장에서 의료 IT기업 도우(DOU)와 AI 솔루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동아에스티는 도우가 개발한 의무기록 보조 AI 에이전트 '새록', 사전문진 플랫폼 '미리봄', 맞춤형 처방약 관리 서비스 '약먹자' 등의 국내 병·의원 마케팅과 영업을 전담하게 된다.
동아에스티는 앞서 심전도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 안질환 및 심혈관 예측 AI '닥터눈', 연속혈당측정기 '케어센스 에어' 등 폭넓은 디지털 헬스케어 라인업을 구축한 바 있으며, 이번 협력을 기점으로 진료 효율을 높이는 병원 내 AI 인프라 보급까지 영역을 넓혔다.
본업 한계 극복과 파이프라인 시너지 … 수익 구조 다각화 포석
제약사들이 이처럼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에는 제약 산업 특유의 구조적 한계 극복과 미래 현금 창출원 발굴이라는 셈법이 깔려 있다.
통상 블록버스터급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10년 이상의 긴 기간이 소요되며,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물질특허 만료 시 수많은 제네릭의 공세로 즉각적인 매출 타격을 입는 '특허 절벽' 위험을 상시 감수해야 한다.
이와 달리,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은 상대적으로 R&D 비용이 적게 들고 상용화 주기가 짧으며, 구독 모델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기존 주력 파이프라인과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도 핵심 배경 중 하나다. 심혈관 질환이나 내분비계 만성질환 계열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보유한 제약사의 경우, 질환 진단 보조 기기나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을 자사 의약품과 패키지 형태로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신규 매출 창출을 넘어, 자사 의약품의 처방 접근성을 높이고 타사 제품으로의 이탈을 막는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로 이어진다.
아울러 인구 고령화로 인해 1차 의료기관의 진료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판독 시간을 줄이고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의료 AI 에이전트의 수요는 필연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약사들의 연이은 AI 기업 파트너십 체결과 솔루션 도입은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의약품 중심의 산업 지형을 치료 이전의 조기 진단과 치료 이후의 관리까지 포괄하는 토털 헬스케어 비즈니스로 재편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탄탄한 영업망과 의료진과 쌓은 신뢰를 무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영토 확장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이 독자적인 토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