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출처: 게티이미지, 서울대병원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위암은 발병률이 매우 높은 흔한 암 질환이지만, 환자 2명 중 1명은 여전히 표적 항암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세포독성 항암제에 의존하고 있다. 의료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왜 위암 치료의 선택지는 제한적인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인 발병률 상위권이지만 조기 발견 어려워
위암은 위점막 세포에서 발생한 악성 종양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발병률이 높은 암 중 하나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은 오랜 기간 발병률 1, 2위를 다투다 최근 검진 활성화로 순위가 조정되면서 2023년 기준 5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암 발병 환자의 10%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위암은 위점막 선세포에서 발생하는 위선암이다. 진행 정도에 따라 점막층에 국한된 조기 위암과 근육층 이상을 침범한 진행성 위암으로 구분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이 가장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 꼽히며, 짠 음식이나 탄 음식, 가공 육류를 즐기는 식습관, 가족력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이밖에 만성 위염이나 위축성 위염도 영향을 미친다.
조기 위암은 근치적 절제술을 시행할 경우 5년 생존율이 90%를 상회할 만큼 예후가 좋다. 문제는 초기 단계에서 특이 증상이 없어 적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임상 증상을 자각한 뒤 진단된 진행성 위암은 이미 국소 침윤이나 림프절 전이가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커 치료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표적 치료제 혜택은 환자 절반에 불과
현재 수술이 불가한 전이성 위암 단계에서는 전신 항암화학요법이 주된 치료 옵션이지만, 표적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치료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이나 클라우딘(Claudin) 18.2와 같은 특정 바이오마커가 발굴되면서 표적 항암제가 새로운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표적항암제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위암 환자의 비중은 전체의 약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전적 표적이 식별되지 않는 나머지 절반의 환자군은 여전히 전신 독성 등 부작용이 높은 전통적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폐암이나 유방암 등에 비해 훨씬 낮은 반응률이다. 예컨대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는 대부분이 EGFR, ALK 등 특정 변이를 타격하는 표적 항암제의 혜택을 받고 있다. 유방암 역시 전체 환자의 약 70%에 달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군과 약 15~20%의 HER2 양성군 등 타깃 분류에 따라 최적화된 표적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종양 이질성이 신약 개발의 장벽
위암 치료가 유독 어려운 것은 다름아닌 종양 이질성 때문이다. 종양 이질성이란 단일 환자의 종양 조직 내에서도 암세포들이 각기 다른 유전적 변이를 보이며 공존하는 현상을 말한다. 위암은 해부학적으로는 하나의 장기에서 발생한 질환 같지만, 분자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수십 가지 유형으로 파편화된 개별 질환들의 집합체에 가깝다.
실제로 수많은 위암 유발 변이들이 식별되고 있으나 개별 발현율이 단 1~2% 수준에 불과해 단일 표적 항암제 개발이 매우 어렵다. 2014년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TCGA(The Cancer Genome Atlas) 연구는 위암을 네 가지 아형으로 분류하며 이 복잡성을 증명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위암은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EBV형 ▲유전자 복구가 안 되는 MSI 유형 ▲세포 간 결합이 느슨해 전이가 빠른 미분화형 ▲염색체 불안정성이 높고 주로 HER2 변이를 동반하는 CIN 유형 등으로 나뉜다. 각 유형은 생물학적 기전이 완전히 다르고 유발 변이도 제각각 이어서 하나의 약물로 모든 위암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성이 강한 항암제가 치료 불가 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로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PD-L1 억제 기전의 면역 항암제인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 펨브롤리주맙)'는 2017년부터 위암 적응증을 획득했으나, 이 역시 PD-L1 발현 수치에 따라 투약 가능 여부가 갈리는 만큼 제한적인 성과에 머물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표적이 부재한 나머지 50%의 영역은 단일 바이오마커 발굴만으로 정복하기에 너무 복잡한 조건"이라며 "현재로서는 면역 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결합한 칵테일 요법을 정교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