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대웅제약의 국산 신약 36호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둘러싼 특허 기술료 청구 소송 1심에서 승리했다. [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GC녹십자가 대웅제약의 국산 신약 36호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둘러싼 특허 기술료 청구 소송 1심에서 승리했다. 청구한 금액 대비 인용된 기술료 산정액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는 회사 측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으로, '쌍둥이약' 전략을 통한 수탁 매출에 대해서도 원천 기술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적 판단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최근 GC녹십자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등기술료 청구의 소'에서 대웅제약이 GC녹십자에 약 3913만 9986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GC녹십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GC녹십자는 자체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신약 후보 물질 '이나보글리플로진(GC녹십자 과제명: GCC5694A)'에 대한 전용실시권을 대웅제약에 부여하는 계약(연구개발 및 사업화 포함)을 체결했다.
이후 대웅제약은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해 2022년 '엔블로정'이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엔블로정에 메트포르민을 더한 복합제 '엔블로멧서방정'도 허가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계약 체결 당시 GC녹십자는 대웅제약이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낼 경우, 순매출의 3%를 기술료로 받기로 했다. 또한, 대웅제약이 이나보글리플로진을 다른 회사에 '라이선싱 아웃(실시권 부여 및 양도 포함)'했을 때는 이에 따라 대웅제약이 수령한 금액('제3자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의 5%(임상2상 완료 이후 라이선싱 아웃 기준)를 기술료로 받기로 했다.
문제는 대웅제약이 엔블로정과 엔블로멧서방정을 직접 판매하는 것을 넘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자회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 계열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이른바 '쌍둥이약'을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기술료 계약 내용 놓고 설전 … 이메일 공방서 소송으로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바이오의 쌍둥이약을 수탁생산하며 2023년 10억 9570만 4476원, 2024년 2억 7762만 8400원 등 2년에 걸쳐 총 13억 7333만 2876원의 수탁매출을 올렸다. 관건은 이를 '제3자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제품 판매에 따른 수익으로 봐야 할지였다. 해석에 따라 양사가 주고받는 기술료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쌍둥이약 수탁매출을 '제3자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으로 보고, 이를 대가로 수령하는 이익(공급가의 5%) 중 5%만을 기술료로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GC녹십자에 발송했다. 그러나, GC녹십자는 쌍둥이약 공급으로 발생한 수탁매출은 판매에 따른 수익에도 해당하는 만큼, '제3자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에 따른 기술료는 물론, 이에 더해 제품 판매에 따른 기술료(순매출의 3%)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후 대웅제약은 사전에 고지한대로 제3자 기술이전 수익의 5%인 약 6867만 원을 GC녹십자에 지급했다. 그러자, GC녹십자는 쌍둥이약 수탁매출에서 약 6867만 원을 뺀 나머지 순매출 13억 466만 6232원에 대해서도 3%에 해당하는 3913만 9986원을 제품 판매에 따른 기술료로 추가로 지급하라며 대웅제약 측에 내용증명 우편을 보냈다.
이후 대웅제약이 이에 응하지 않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법정 다툼에 나섰다.
"쌍둥이약 납품, 도급 아닌 판매 … 수탁 매출도 로열티 대상"
1심 재판부는 GC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이 유상으로 쌍둥이약을 납품하는 행위는 계약이 정한 제품 판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대웅제약이 약사법상 판매에 수탁제조 의약품의 공급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계약서에 약사법의 규정을 따른다는 규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관계사들에 쌍둥이약을 공급하는 행위가 제품 판매가 아닌 도급에 따른 용역 수행의 결과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조 위수탁 계약이 오로지 부대체물을 대상으로 할 때만 도급 계약에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쌍둥이약 공급은 이미 대웅제약의 주도적인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통해 완성한 의약품을 공정의 변경 없이 그대로 대량 제조해 인도한 것에 불과한 데다, 시장의 타인에게 얼마든지 납품할 수 있는 보편적 대체성을 띠는 만큼 판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이미 라이선싱 아웃 수익의 5%를 GC녹십자에 지급한 상황에서 쌍둥이약을 납품하는 행위에 또다시 로열티를 물리는 것은 이중 청구이자 특허권 소진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라이선싱 아웃에 따른 제3자 기술이전 수익 배분과 판매 로열티는 그 성격이 다르므로 별개로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재판부는 "대웅제약의 해석대로라면 대웅제약의 경영 전략에 따라 GC녹십자의 수익이 일방적으로 차별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웅제약과 관계사의 약정에 의해 대웅제약이 GC녹십자에 지급할 기술료가 0원에 이를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대웅제약이 수탁매출에서 라이선스 대가를 제외한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3%에 해당하는 금액, 즉 2023년(3122만 7577원)과 2024년분(791만 2409원)을 합친 3913만 9986원을 GC녹십자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청구액 13배 넘는 고액 소가 설정 … 합의부 배정·판례 확보 노린 포석
GC녹십자는 이번 1심 판결을 통해 당초 계약에 기반해 대웅제약에 요청했던 기술료를 모두 받게 됐다. 내용만 놓고 보면 GC녹십자가 전부승소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GC녹십자에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그 이유는 GC녹십자가 재판을 통해 실제 받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금액을 소가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이번 소송의 소가를 5억 100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당초 GC녹십자가 대웅제약에 지급을 요청했던 기술료, 그리고 재판부가 지급을 인정한 3913만 9986원의 1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GC녹십자가 이러한 결정을 한 배경에는 고도의 법률적 전략이 깔려있다. 민사소송 1심 재판부는 단독과 합의부로 나뉘는데, 소가가 5억 원 이하일 때는 단독 재판부, 소가가 5억 원을 초과할 때는 합의부로 사건이 배당된다.
특허권이나 기술료 분쟁은 내용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만큼, GC녹십자는 단독 판사 1명보다는 3명의 판사가 머리를 맞대고 더 신중하게 심리하는 합의부를 지정받기 위해 5억 100원을 소가로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술료 청구액의 10배를 훌쩍 넘는 금액을 소가로 설정하면서 소송비용 역시 GC녹십자가 90%를 부담하게 됐다. GC녹십자가 대웅제약에 청구한 기술료가 약 3900만 원 수준에 불과한 것을 고려할 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GC녹십자가 소송을 강행한 것은 이번 계약뿐 아니라 향후 유사한 계약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십, 수백억 원의 잠재적 로열티 누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사법적 잣대'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최근 특허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3900여만 원을 받기 위해 수배의 비용을 감수한 GC녹십자의 '명분 쌓기'가 대웅제약과의 항소심에서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