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 바이오버시스의 항생제 신약 후보 물질 'BV100'(성분명: 로시플로린·Losiflorine)이 16일 FDA로부터 글로벌 3상 임상시험 미국 환자 등록을 승인받았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스위스의 임상 단계 바이오제약사 '바이오버시스(BioVersys)'가 1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항생제 신약 후보 물질 'BV100(로시플로린·Losiflorine)'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 미국 환자 등록을 승인받았다.
'BV100'은 △'카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Carbapenem-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 CRAB)'으로 인한 '병원획득성 세균성 폐렴(Hospital-Acquired Bacterial Pneumonia, HABP)'과 △'인공호흡기 관련 세균성 폐렴(Ventilator-Associated Bacterial Pneumonia, VABP)'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신약이다. 이번 FDA 승인으로 글로벌 3상 임상인 'RIV-TARGET'에 미국 환자 등록이 가능해졌으며, 임상 결과는 2027년 말 도출될 예정이다.
◆바이오버시스, GSK와 파트너십 맺은 전문 바이오 제약사
바이오버시스는 다제내성균(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가진 세균) 감염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스위스 바젤 소재 임상 단계 바이오제약사다. 2025년 2월 스위스증권거래소(SIX)에 상장됐다.
이 회사의 결핵 치료제 후보물질 '알피벡티르(Alpibectir)'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파스퇴르 연구소, 프랑스 릴 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됐으며, GSK는 협력 확대의 일환으로 바이오버시스에 지분 투자까지 단행했다. GSK는 지난해 1분기, '알피벡티르'와 기존 결핵 치료제인 '트리카토(Trecator, 성분명: 에티오나마이드·Ethionamide)'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2상을 개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비결핵성 마이코박테리아(NTM) 치료제 'BV500'은 일본 시오노기(Shionogi)와 글로벌 공동 연구 및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피부 감염 치료를 겨냥한 'BV200'도 전임상 단계에 있다.
◆치명적 변종 CRAB, 모든 항생제가 무용지물
CRAB은 현존하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다. 정식 명칭은 '카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Carbapenem-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이다. 항생제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꼽히는 카르바페넴계 약물에까지 내성을 획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병원 중환자실에서 오염된 의료 기구나 의료진의 손을 통해 전파되며,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환자에게 집중적으로 감염된다.
특히 'BV100'이 주요 타깃으로 하는 'VABP'는 인공호흡기 삽관 과정에서 세균이 기도를 통해 폐로 유입돼 발생하는데, 이미 위중한 상태인 환자에게 추가 감염이 일어나는 만큼 사망률이 매우 높다. CRAB에 의한 VABP는 그 중에서도 치료가 가장 어려운 경우로 꼽힌다.
항생제가 효과를 내려면 세균의 세포 안으로 침투해야 하는데, CRAB은 그 경로 자체를 차단할 정도로 진화했으며, WHO(세계보건기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시급히 대응해야 할 병원균 1순위로 지정한 고도 내성 그람음성균이다. 그람음성균이란 세포벽이 두꺼운 구조로 돼 있어 항생제가 침투하기 더욱 어려운 종류의 세균을 뜻한다. 이 균으로 인한 폐렴의 사망률은 최대 50%에 달하지만, 현재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치료제는 사실상 없다.
◆국내 병원 중환자실서도 발견, 제거 어려운 '침묵의 살인자'
우리나라도 상황은 심각하다. 국내 항생제내성균감시체계(Kor-GLASS, 국내 병원에서 발견되는 내성균을 추적·모니터링하는 감시 체계) 조사 결과, 병원에서 분리되는 아시네토박터 균의 80%가 이미 카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미생물검사학회는 'CRAB'이 주로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며, 한 번 확산하면 병원 환경에서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경고했다.
◆임상 2상 결과, 사망률 60%에서 25%로 낮춰 … 독특한 작용 기전
BV100의 유효성은 2상 임상에서 증명됐다. 기존 최선치료법(BAT·Best Available Therapy, 현재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을 적용한 환자군의 28일 사망률은 60%에 달했지만, BV100과 폴리믹신 B(현재 CRAB에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항생제)를 병용한 환자군에서는 25%로 낮아졌다. 사망률을 절반 이상 줄인 것이다. 안전성과 내약성(환자가 약의 부작용을 견디는 능력)도 양호했다.
작용 방식도 기존 항생제와 다르다. 'BV100'은 'CRAB'이 철분 등 영양소를 세포 안으로 흡수할 때 사용하는 통로를 역이용해 균 내부로 침투한다. 세균이 생존을 위해 열어둔 문을 공격 통로로 삼는 것이다.
◆3상·2b상 동시 진행…2028년 미국·유럽·중국 허가 신청 목표
바이오버시스는 최종 허가를 위한 3상(RIV-TARGET)과 동남아시아 고내성 지역 중심의 추가 데이터 확보를 위한 2b상(RIV-CARE)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3상은 2027년 말 결과 도출 후 2028년 미국·유럽·중국 허가 신청이 목표다. 2b상은 올해 상반기 개시되며, 올해 연말 중간 데이터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마르크 기칭거(Marc Gitzinger) 바이오버시스 CEO는 "FDA의 이번 임상 3상 승인은 전 세계 모든 주요 지역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려는 우리 팀의 다각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인 항생제 내성(AMR) 위협에 맞서 BV100을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지키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