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권이 빠른 속도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지난 40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제약협회(Pharmaceutical Research and Manufacturers of America, PhRMA)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미국의 최혜국(Most-Favored-Nation, MFN) 약가 인하 정책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혁신 리더십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치 약가 행정을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미-중 임상시험 점유율 격차 10년 새 3%로 좁혀져
미국제약협회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혁신신약 임상시험 점유율은 2015년 46%에서 2025년 33%로 1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4%에서 30%로 수직 상승했다. 두 국가 간의 격차가 10년 만에 42%에서 불과 3% 차이로 좁혀진 것이다.
단순한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도 중국의 우위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미국보다 신약 임상시험을 50% 이상 빠르게 진행하며, 비용은 40% 이상 저렴하게 완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의 경우, 미국은 9~26개월이 소요되지만 중국은 3~17개월이면 충분하다. 비용 면에서도 중국에서 임상 1상을 수행할 경우 미국 대비 평균 251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최초혁신신약 파이프라인 연평균 26% 급증
개발 중인 '최초혁신신약(First-in-Class, FIC)' 파이프라인의 성장세도 위협적이다. 미국의 FIC 파이프라인이 최근 5년간 연평균 15% 증가하는 동안 중국은 2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 세계 FIC 파이프라인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8%에서 2025년 12%로 늘어났으며, 오는 2027년에는 최대 18%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신약 허가 건수 또한 미국이 1.5배 증가하는 사이 중국은 2.6배 늘어났다.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제품을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혜국 약가 정책은 미 혁신 생태계 파괴 행위"
PhRMA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최혜국 약가 인하 정책이 미국의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혜국 약가 정책은 미국의 약가를 다른 선진국들의 낮은 가격에 강제로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협회는 "미국이 바이오제약 분야의 선두주자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제 위주의 약가 인하보다 글로벌 혁신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한다"며 "미국이 스스로 혁신의 동력을 끄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결국 전 세계 환자들은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개발된 차세대 신약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