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심부전 치료의 핵심 약물인 카르베딜롤(Carvedilol) 성분 제제 시장에서 1일 1회 복용하는 서방형(SR) 제제가 기존 1일 2회 속방형(IR)보다 장기 임상 예후 측면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고혈압과 심부전 치료의 핵심 약물인 카르베딜롤(Carvedilol) 성분 제제 시장에서 1일 1회 복용하는 서방형(SR) 제제가 기존 1일 2회 속방형(IR)보다 장기 임상 예후 측면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복약 편의성을 앞세운 서방형 제제가 실제 환자의 생존율과 합병증 예방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이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입증되면서, 종근당과 한미약품 등 서방제 라인업을 갖춘 제약사들의 시장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김학영 교수팀이 진행한 후향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카르베딜롤 서방제는 속방제와 비교해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 위험을 3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카르베딜롤(Carvedilol)은 비선택적 β-차단제이자 선택적 α-차단제로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기능적 약물이다. 고혈압, 만성 안정협심증, 그리고 울혈심부전의 표준 치료제로 널리 처방됐다.
기존의 속방형 카르베딜롤은 신속한 흡수와 작용 발현이라는 장점이 있었으나, 짧은 반감기로 인해 1일 2회 복용이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혈중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서방형 제제다. 서방형 제제는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도록 설계돼 1일 1회 복용만으로도 24시간 동안 안정적인 β-차단 효과를 제공하며, 이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동시에 혈중 농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는 이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속방형 카르베딜롤과 서방형 카르베딜롤의 장기적인 치료 결과를 비교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김학영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건강정보데이터베이스(NHIS-NHID)의 데이터를 이용해 두 제형 간 장기 임상 결과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카르베딜롤을 처방받은 환자 3만 8563명을 약 2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서방제 복용군의 MACE 발생 위험(보정된 위험비, HR)은 0.61(p<0.001)로 속방제보다 현저히 낮았다.
특히 세부 항목별로는 비치명적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46%(HR 0.54, p<0.001),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47%(HR 0.53, p<0.001)나 줄어들었다.
이 같은 차이는 복약 순응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르베딜롤 속방제는 짧은 반감기 탓에 1일 2회 복용해야 하지만, 실제 환자들의 하루 평균 복용 횟수는 1.29회에 그쳤다. 특히 속방제 복용량이 1.5회 미만인 환자군은 서방형 카르베딜롤 복용군에 비해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최적 용량 투여 또는 복약 순응도 부족이 결과 차이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약물 처방 시 복약 순응도의 중요성과 서방형 제제의 이점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종근당, '정제+캡슐'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 수성 … 한미약품과 2파전
임상적 우월성이 데이터로 증명되면서 국내 카르베딜롤 서방제 시장을 선점한 종근당과 한미약품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재 국내에서 카르베딜롤 서방형 제제를 보유한 곳은 이들 두 제약사뿐이다.
종근당은 국내 카르베딜롤 시장의 절대 강자로 꼽힌다. 1994년 오리지널 제품이자 속방형 제제인 '딜라트렌정'을 선보인 이후 2010년 '딜라트렌SR캡슐'을 출시하며 서방제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2020년 '딜라트렌SR정'을 추가로 허가받으며 캡슐제와 정제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제약사가 됐다.
한미약품은 2019년 '카르베롤서방캡슐'을 출시하며 서방형 카르베딜롤 제제 시장에서 종근당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고혈압과 심부전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장기 복용이 필수적인 심혈관계 약물 시장에서 서방형 카르베딜롤 제제를 보유한 종근당과 한미약품의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르베딜롤 시장의 절대 강자인 종근당과 추격자인 한미약품이 서방제 라인업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진에게 서방제 처방의 강력한 임상적 근거를 제공해, 속방제에서 서방제로의 처방 스위칭 현상을 가속하고 두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