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본 전략 재편에 나섰다. [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본 전략 재편에 나섰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라는 법적 강제성이 현실화하자 주요 기업들은 선제적인 소각을 통해 주주 환원 의지를 피력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한 모습이다.
◆ 1년 내 소각 의무화 … 어기면 과태료 폭탄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1년 이내에 이를 반드시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재고 자사주' 역시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모두 정리해야 한다는 점이 기업들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대표이사 등 관련 이사에게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처벌 규정도 명문화됐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자사주를 보유하다가 인적 분할 시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소위 '자사주의 마법'을 부리거나, 경영권 분쟁 시 우호 세력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이러한 관행이 원천 차단되면서, 기업들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거나 극히 예외적인 경영상 목적을 정관에 명시해 주주총회의 엄격한 승인을 받아야만 유지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 셀트리온·유한양행 등 대형사들 '선제적 소각' 행보
이러한 법적 압박에 국내 제약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올들어 보유 자사주 중 611만 주, 약 1조 4633억 원 규모의 소각을 결정하며 업계 최대 규모의 주주 환원을 단행했다. 이는 2024년과 2025년 취득분을 모두 합친 물량보다도 많은 수치로, 법적 강제성이 본격화되기 전 시장의 신뢰를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 역시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올해 1월 36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데 이어,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30% 이상 달성과 자사주 1%(약 1200억 원 규모) 소각을 골자로 하는 로드맵을 착실히 이행 중이다.
중견 제약사들의 동참도 잇따르고 있다. 동아에스티(동아ST)는 보유 물량의 절반인 8만 4058주(약 51억 원)의 소각을 결정했으며, 삼진제약과 보령도 각각 146억 원, 102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 제고에 나섰다.
◆ 소각 대신 '맞교환' … 지배력 방어 위한 우회로 찾기
반면, 자사주 소각이 경영권 방어 수단 상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우호 세력과 '주식 맞교환(Swap)'에 나선 기업들도 눈에 띈다. 자사주를 다른 기업과 맞교환하면 죽어있던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 우군(백기사)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은 '광동제약과 138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한 데 이어, 유투바이오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며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환인제약, 동국제약 등도 다자간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까지 남은 유예기간 동안 제약사들은 소각을 통한 주주 달래기와 맞교환을 통한 백기사 확보 사이에서 끊임없는 수싸움을 벌일 것"이라며 "앞으로는 자사주라는 꼼수 대신 실질적인 기업 펀더멘털과 투명한 지배구조가 자본시장에서 선택받는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