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 mRNA 백신[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면역 항암제가 반응률이 낮다는 고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조합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인체의 면역 체계를 재설계하는 mRNA 기술이 감염병 예방을 넘어 항암 치료의 보조제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면역 항암제는 인체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제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쓰이는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 반응 억제 물질인 면역관문 단백질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이 치료법은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식별하고 사멸시키는 능력을 증폭시킨다. 기존 화학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표적 항암제에 비해 다양한 암종에 효과를 보여 현재 암 질환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난공불락 '차가운 종양'에 면역세포 불러들이는 유도탄
그러나 면역관문 억제제가 암 치료의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가장 큰 한계는 종양미세환경에 면역세포가 극히 드물거나 아예 없는 비면역 종양(Cold Tumor)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비면역 종양은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 뇌암, 난소암, 췌장암 등이 꼽힌다. 면역세포가 암 조직으로 침투하지 못해 면역 항암제를 투여해도 공격할 대상을 찾지 못하는 셈이다.
제약 업계는 이러한 비면역 종양을 면역세포가 활발한 면역 종양(Hot Tumor)으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안해 왔다. 현재 가장 흔히 쓰이는 전략은 인터류킨-2(IL-2) 작용제 병용 방식이다.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IL-2를 일종의 유도탄으로 활용해 암 조직으로 면역세포를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IL-2 작용제는 전신 면역 반응을 과도하게 끌어올려 치명적인 독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탓에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오스트리아 연구팀, mRNA 백신의 면역 활성화 기능에 주목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 mRNA 백신을 보조요법으로 활용하려는 독특한 시도가 진행되면서 학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의과대학교(Medical University of Graz) 연구팀은 간세포암 환자가 면역관문 억제제 투약 전 3개월 이내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치료 유효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백신이 단순히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것을 넘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전반적으로 활성화해 항암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은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소규모 관찰 연구에 그쳐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 전환점은 지난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수십억 명이 백신을 접종하면서 방대한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었고, 이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가설을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전신 독성 한계 극복… 내년 상반기 연구 결과 발표 기대
그라츠 의과대학교 연구팀의 접근은 기존 연구들과 궤를 달리한다. 단순히 백신이 면역관문 억제제의 효능을 얼마나 강화하는지가 아니라, 면역 항암제가 듣지 않는 비면역 종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IL-2 작용제가 전신 독성이라는 결함 탓에 외면받았던 것과 달리, 백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만약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이 면역관문 억제제의 반응률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비면역 종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토대가 마련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간세포암 환자 20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12월까지 분석을 마칠 계획이며, 관련 연구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경우, 향후 암 환자들에게 면역 항암제 투약 전 특정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새로운 치료 지침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