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항암제 '렌비마(성분명 : 렌바티닙메실산염)'의 조성물 특허 무효를 두고 보령과 에자이 사이에서 벌어진 법정 분쟁이 보령의 최종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보령의 렌비마 제네릭 조기 출시 전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애브비가 제기한 '고순도의 퀴놀린 유도체 및 이를 제조하는 방법' 특허(이하 렌비마 조성물 특허)의 무효 심판 상고심을 최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은 원심판결에 법 위반 등의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심리 없이 소를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앞서 특허법원이 애브비에 한 패소 판결이 적법해 상고심을 더 치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 지난해 10월 20일 상고장을 접수한 뒤 불과 3개월여 만에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했다.
렌비마는 혈관내피세포 증식인자 수용체(VEGFR), 섬유모세포 성장인자 수용체(FGFR), 종양 유전자 KIT, 혈소판 유도 성장인자 수용체(PDGFR)와 같은 일부 분자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 투여 분자 표적항암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출시됐으며, 갑상선암, 간세포성암, 자궁내막암, 신세포암 등 4개 질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갑상선암과 간세포성암은 1차 단일치료 요법으로, 자궁내막암과 신세포암은 '키트루다'와 병용 2차와 1차 치료제로 각각 승인받았다.
보령은 현재 렌비마 제네릭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조성물 특허(2035년 8월 26일 만료) ▲제제 특허(2031년 3월 19일 만료) ▲결정형 특허(2028년 6월 7일 만료) ▲용도 특허(2028년 3월 4일 만료) ▲방법 특허(2036년 2월 23일 만료) 등 렌비마가 보유한 5개 특허에 대해 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상고심의 대상이었던 조성물 특허는 주성분인 렌바티닙메탄설폰산염의 순도를 98.0% 이상으로 높이고, 특정 유전독성 불순물의 함량을 극미량으로 제한하는 제조 공정 기술을 담고 있다. 존속 기간은 2035년 8월까지로, 렌비마를 보호하는 특허 중 가장 긴 기간을 자랑해 제네릭 진입의 최대 난관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해당 특허의 진보성 흠결을 지적하며 보령의 특허 무효 주장을 받아들였다. 의약품의 순도를 높이고 불순물을 제어하는 것은 제약 기술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과제이며, 에자이가 제시한 수치들은 기존 정제 기술을 반복 적용함으로써 충분히 도달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에자이 측은 특허심판원의 특허 무효 심결에 불복해 소송전에 나섰으나, 특허심판원과 대법원도 이러한 특허심판원의 이러한 판단을 인정했다. 사법부는 해당 수치 한정이 선행 기술과 비교해 예측하기 어려운 '현저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봤다.
남은 특허 2개 … 제네릭 조기 출시 가능성 ↑
렌비마 조성물 특허 분쟁에서 최종 승소한 보령은 앞으로 2개 특허만 더 극복하면 안전하게 제네릭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조성물 특허가 사실상 렌비마 제네릭 출시의 마지막 관문이나 마찬가지여서, 이번 대법원 판결로 보령의 제네릭 '조기' 출시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 상태다.
보령은 이미 렌비마의 제제 특허와 결정형 특허 회피에 성공했으며, 에자이가 불복 절차를 밟지 않아 이러한 결과는 그대로 확정됐다.
렌비마의 갑상선암 치료 적응증과 관련한 용도 특허도 특허심판원으로부터 무효 심결을 받았으나, 에자이가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 양사의 특허분쟁은 2차전에 돌입했다. 이 특허는 남은 존속기간이 2년 정도에 불과해서, 보령 입장에서는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제네릭 출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방법 특허는 지난해 등록된 신규 특허로, 렌비마의 주성분인 렌바티닙메실레이트의 쓴맛을 줄이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보령은 렌비마 방법 특허에도 무효 심판을 청구해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인데, 약물의 효능이나 안전성 등과 관련 없는 부수적·비핵심 특허에 해당하는 만큼, 해당 특허를 무효화하지 못하더라도 쓴맛을 없애는 다른 방법을 찾으면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렌비마 조성물 특허를 무너뜨린 것은 제네릭 출시 시점을 10년 가까이 앞당긴 큰 성과"라며 "남은 방법 특허나 용도 특허는 사실상 방어선 수준이어서 보령의 제네릭 조기 출시는 더욱 가시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보령은 지난해 2월 렌비마 제네릭인 '렌바닙'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렌바닙은 4mg과 10mg 용량으로 구성된 렌비마와 달리 12mg 용량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1일 복용량이 12mg인 몸무게 60kg 이상 간세포성암 환자와 24mg인 갑상선암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개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미 건강보험 급여목록에도 등재돼 출시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