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짐펜트라(Zymfentra,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셀트리온(CELLTRION)이 개발한 세계 유일의 피하주사(SC) 제형 인플릭시맙 제제 '짐펜트라(Zymfentra, 성분명: 인플릭시맙·infliximab, 국내 제품명: 램시마SC)'가 난치성 크론병 치료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할 강력한 임상적 근거를 확보했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 대비 혈중 약물 농도를 10배 이상 높게 유지하면서도, 약물에 대한 내성은 완벽에 가깝게 차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단순한 투약 편의성 개선을 넘어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항문 누공을 동반한 크론병 환자군에서도 IV 제형을 대체할 수 있는 표준 치료제로서 잠재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이 현재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가 현지 처방 확대를 가속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짐펜트라, 인플릭시맙 IV보다 혈중 농도 10배 높아"
난치성 항문 누공 동반 크론병 치료 새 지평 제시
튀르키예 이스탄불대학-세라파샤 병원, 튀르키에 에게대학병원 공동 연구진은 최근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 학회(ECCO)의 공식 저널인 'Journal of Crohn's and Colitis'을 통해 항문 누공 동반 크론병(cPAF) 환자를 대상으로 인플릭시맙 SC와 IV 투여군의 치료 성적을 직접 비교한 리얼월드 데이터(RWE)를 공개했다.
인플릭시맙 SC 제형은 현재 셀트리온의 짐펜트라가 유일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사실상 짐펜트라와 기존 인플릭시맙 IV 제형을 비교한 데이터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항문 누공 동반 크론병 44명을 짐펜트라 투여군과 인플릭시맙 IV 투여군으로 1대 1 매칭해 12개월간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짐펜트라는 약효의 지속성을 결정짓는 최저 혈중 농도(Trough level)에서 인플릭시맙 IV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연구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투여 6개월 차 기준으로 짐펜트라 투여군의 중앙 혈중 농도는 27.1μg/mL로 인플릭시맙 IV 투여군(2.3μg/mL) 대비 무려 11배 이상 높았다. 12개월 차에서도 짐펜트라 투여군은 중앙 혈중 농도가 26.8μg/mL를 유지했으나, 인플릭시맙 IV 투여군은 12.3μg/mL에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매우 유의미했다(p<0.001).
일반적으로 항문 누공과 같은 심부 조직의 염증 치료를 위해서는 혈중 약물 농도가 10μg/mL 이상으로 유지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릭시맙 IV 제제는 투여 직후 농도가 치솟았다가 다음 투여 전까지 바닥으로 떨어지는 패턴을 보여 농도 유지에 취약했지만, 짐펜트라는 체내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 조직 침투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짐펜트라, 항약물 항체 생성률 0%" … IV 제형 대비 약물 사용량 '절반'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지표는 면역원성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장기 투여 시 환자의 몸이 약물을 적으로 인식해 '항-약물 항체(ADA)'를 만들어내면 약효가 급격히 떨어진다.
인플릭시맙 IV 투여군은 35.3%의 환자에게서 ADA가 발했으나, 짐펜트라 투여군은 항체 발생률이 0%로, 단 한 명도 ADA가 생기지 않았다.
짐펜트라의 이 같은 안정적인 농도 유지 및 내성 억제 효과는 약물 사용량 감소로 이어졌다. 치료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용량을 늘리거나 투여 간격을 좁혀야 했던 비율(Dose Escalation)은 인플릭시맙 IV 투여군 90.9%, 짐펜트라 투여군 47.6%를 기록했다. 짐펜트라는 인플릭시맙 IV 대비 약물을 절반 수준만 사용하고도 같은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약물 사용량이 적어지면 그만큼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도 더 낮아진다. 짐펜트라의 이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장기 처방 시장에서 짐펜트라가 오리지널 '레미케이드'나 여타 정맥 주사 제형의 바이오시밀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릭시맙 의존도 높은 크론병 치료 … '짐펜트라', 효과·편의성·순응도 이점 커
이번 연구의 대상 질환인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장 표피와 근육층을 비롯한 모든 층을 침범하는 '전층성 염증'과 염증 부위가 띄엄띄엄 생기는 '건너뛰기 병변'이 특징이다.
대장뿐 아니라 소장에 침범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장이 좁아지거나(협착), 구멍이 생기는(누공)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크론병에 의해 발생한 항문 누공은 치료가 쉽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항문 협착 등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해 환자 삶의 질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TNF-a 억제제인 인플릭시맙 외에는 획기적인 치료제가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인플릭시맙 제제의 효과와 안전성, 그리고 환자 편의성과 치료 순응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크론병 환자 치료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배경에서 짐펜트라는 현재 인플릭시맙 제제 시장, 나아가 크론병 치료제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그동안 짐펜트라를 위약과 비교한 연구는 있었지만, 인플릭시맙 IV 제형과 직접 비교한 연구 데이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에 공개된 튀르키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짐펜트라' 美 시장 독주 채비 … 현지 매출 성장 본격화 단계
이번 연구 결과는 셀트리온의 기업 가치 재평가로 직결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인플릭시맙 성분의 피하주사 제형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은 셀트리온의 짐펜트라가 유일하다. 화이자, 암젠,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정맥주사 제형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셀트리온은 짐펜트라의 제형 및 투여법에 대해 2037~2040년까지 특허 장벽을 구축했다.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제품이어서, 경쟁사들은 특허 문제를 해소하더라도 이에 준하는 개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 시장에서 짐펜트라의 장기 독점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짐펜트라는 미국 시장 침투 속도도 매섭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짐펜트라는 올해 1월 2주차 기준 주간 처방량(TRx)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2% 늘었다.
셀트리온은 이미 익스프레스 스크립트(ESI), 시그나,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등 미국 3대 처방급여관리업체(PBM) 처방집에 짐펜트라 등재를 완료하며 환급 가능한 시장 커버리지의 90% 이상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환자 부담이 줄면서 의료진의 처방 장벽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올해를 기점으로 짐펜트라의 미국 매출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케팅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플릭시맙의 치료 효과와 SC 제형의 편의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 분야에서 유지 치료에 유리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