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주류였던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의약품의 한계론이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 MSD(머크)가 추진 중인 새로운 기전의 치료 전략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인지 기능을 직접 조절하는 '알파 7형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α7 nAChR) 작용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SD는 자사의 차세대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 'MK-1167'에 대해 2023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6건의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안전성과 내약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이달 12일(현지시간) 착수된 최신 임상과 관련해 MSD 측은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대세였던 베타 아밀로이드 타깃 치료제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약물 '레켐비·키순라' 한계 뚜렷… 효능 체감 어렵고 부작용 우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 시장은 뇌에 쌓인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 의약품이 주도해 왔다. 에자이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단백질 제거 효과는 뚜렷했으나, 환자가 체감하는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단백질 제거 과정에서 혈관이 약해져 발생하는 뇌출혈 위험 등 안전성 논란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시장의 반응도 냉담해, 이들 약물의 매출은 여전히 기대치인 10억 달러(약 1조 4300억 원)를 밑도는 실정이다.
◆MSD 'MK-1167', "독성 단백질은 놔두고 인지 기능은 지킨다"
MSD가 집중하는 α7 nAChR 작용제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α7 nAChR은 뇌 신경세포에서 인지 기능과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수용체다.
최신 연구 결과는 이 수용체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2025년 9월 캐나다 국립연구위원회 케리 레니(Kerry Rennie) 박사팀의 동물 실험에 따르면,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면 α7 nAChR의 활성이 떨어지며 치매 증상이 나타났지만, 역으로 이 수용체의 활성을 높이자 증상이 유의미하게 회복됐다.
이는 뇌출혈 위험을 감수하며 억지로 단백질을 긁어내기보다, 축적된 단백질은 그대로 두더라도 수용체 조절을 통해 뇌 기능을 정상화하겠다는 '실리적 접근법'이다. 이 전략이 성공할 경우 알츠하이머병은 '정복 대상'이 아닌, 고혈압처럼 관리가 가능한 '성인 만성 질환'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잇따른 실패 속 사실상 '유일한 희망'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α7 nAChR 타깃 신약은 과거에도 수차례 시도됐으나 모호한 적응증 설정 등으로 임상 문턱을 넘지 못해 업계의 관심이 사그라진 상태다. 현재 이 기전으로 알츠하이머 적응증 임상을 진행 중인 곳은 MSD의 'MK-1167'이 사실상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패러다임이 '원인 물질 제거'에서 '기능적 유지'로 옮겨가는 변곡점에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 중 유일하게 이 길을 걷고 있는 MSD의 임상 결과가 치매 치료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