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산 37호 신약으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가 제제 혁신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허가받은 시트르산염의 물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규 염 개발을 추진하는 것인데, 주사제 등 제형 확장과 특허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제일약품과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현재 '이미다조[1,2-a]피리딘 화합물의 신규 염 및 이의 제조방법' 발명을 특허 출원해 현재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출원 발명의 핵심은 자큐보의 주성분인 자스타프라잔의 염을 기존 시트르산에서 이인산으로 변경해 물리화학적 성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다.
자큐보는 출시 직후부터 우수한 위산분비 억제력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제조 현장과 제제 연구 단계에서는 남모를 고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출원 명세서를 살펴보면, 기존 자스타프라잔 시트르산염은 전형적인 난용성 약물로, 위산과 같은 강산성(pH 1.2) 조건에서는 잘 녹지만 물(정제수)이나 중성 환경에서는 거의 녹지 않는 것이 단점이었다.
실제 실험 데이터상 시트르산염 1g을 물에 녹이려면 무려 1만mL(10L) 이상의 용매가 필요할 정도다. 이는 혈액과 유사한 중성 pH를 유지해야 하는 정맥 주사제(IV) 개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공정상의 문제도 드러났다. 시트르산염 원료는 입자가 가벼워 비산(날림) 현상이 심하고, 끈적이는 부착성 때문에 타정기 펀치에 달라붙어 생산 효율이 떨어졌다. 제일약품과 온코닉테라퓨틱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이인산염을 제시했다. 이 신규 염은 기존 약물의 물성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용해도다. 신규 이인산염은 물에 대한 용해도가 기존 시트르산염 대비 약 1000배에서 최대 2500배까지 증가했다. pH 4.0~6.8의 중성 영역에서도 우수한 용해도를 보여, 위 내 산도 변화에 상관없이 일정한 흡수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P-CAB 주사제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량의 수액으로도 고용량 주사제를 만들 수 있게 돼 응급 환자나 경구 투여가 어려운 환자를 위한 라인업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생산성도 대폭 개선됐다. 이인산염은 결정 구조가 치밀해서 부피가 시트르산염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끈적임이 사라지면서 타정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정제 크기가 대폭 줄어든 만큼 환자의 복약 순응도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제일약품과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이번 염 변경 전략으로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특허 연장 효과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자큐보의 물질특허는 존속기간 연장을 통해 2040년까지 보호된다. 여기에 이인산염 관련 기술이 특허 등록에 성공하면, 경쟁사들은 물성이 우수한 이인산염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제조가 까다롭고 품질 관리가 어려운 기존 시트르산염을 쓰거나, 또 다른 염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자큐보의 물질특허 만료 이후에도 사실상 특허가 연장되는, 이른바 에버그리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 다양한 제형과 적응증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자큐보의 제형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인 이인산염이 상용화로 이어지면 자큐보는 단순한 경구제를 넘어 주사제, 구강붕해정 등 풀 라인업을 갖춘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엔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