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의 ESG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구 소재 청담 고영캠퍼스 전경. 고대의료원은 ESG 본격 실천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사회공헌사업본부를 이곳 고영캠퍼스에 두고 있다. [사진=고대의료원][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국내 주요 병원들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 ESG 경영 모델을 앞다퉈 도입하며 의료현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저마다 특화된 ESG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관리하는 비재무적 핵심 요소다. 의료기관 역시 예외가 아니다. ESG가 병원 경쟁력과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도외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의료기관 ESG 경영과 과제'라는 보고서는 병원계의 EGS 흐름과 추진 전략을 엿볼 수 있어 관심을 끈다.
△고려대학교의료원, '국내 병원 기준 제시한 선도적 EGS 모델'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대학교의료원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ESG 보고서를 발간하며 병원형 ESG 모델을 제시한 기관이다. GRI(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SASB(지속가능성 회계 표준 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등 국제기준을 기반으로 자체 ESG 지표(KUM-H)를 구축했다. 이는 다른 병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병원은 환경 영역에서 정교한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진료과·부서별 배출 특성을 분석해 재활용 가능 자원을 분류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축적해 병원 전체의 감축 전략에 반영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 가운데 폐의복 화학재생 업사이클링은 이러한 분석 기반 ESG의 대표 사례다. 1.5톤 이상의 폐섬유를 재활용하며 순환경제 실험을 현실화했다.
사회 영역에서는 농인 환자 의료수어 통역, 국제 의료지원, 의료취약국 환자 초청 치료 등 '접근성'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며 ESG를 병원의 사회적 역할과 연결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톨릭 영성 기반 사회적 책임 강화 EGS 모델' 제시
서울성모병원은 ESG를 병원 설립 정신인 '가톨릭 영성'과 결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환경 부분에서도 감축 수치가 두드러지지만, 이 병원의 ESG를 대표하는 영역은 '사회적 책임'이다.
환자·지역사회 돌봄을 중심에 두고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326명) ▲가정간호 무료 방문(5133건) ▲청년 취약계층 지원 프로젝트 등 기금·사회활동을 대규모로 운영한다. 특히 청년 취약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ESG 경영 공모전 최우수상으로도 인정받았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전 직원 CPR 교육 의무화, 김영란법 준수율 100% 등 투명성 기반의 안전한 조직 운영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행형 혁신 ESG 모델' 설계
삼성서울병원의 환경 활동은 단순 감축이 아니라 폐기물이 이동하는 '흐름'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수술실에서 재활용 가능 자원이 일반 폐기물로 섞이지 않도록 분리배출 체계를 다시 설계했고, 장례식장에는 다회용기를 도입해 사용·회수·세척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순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 병원은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내부 혁신도 실천했다. 심전도 판독 자동화는 의료진의 시간을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고, 검사실 문서 표준화는 종이 사용량뿐 아니라 업무 처리 속도까지 개선했다. 이러한 프로세스 혁신은 ESG가 병원 운영 효율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종병원, '의료폐기물 문제 해결에 집중한 실용 ESG 모델' 운영
세종병원은 ESG 효과가 확실히 드러나는 '실용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 병원의 대표 ESG 사례는 국내 최초로 자체 제작한 리유저블(재사용) 수술가운이다. 일회용 가운을 세척·멸균 후 다시 쓰며 폐기물과 비용을 함께 줄이는 실질적 효과를 입증했다.
이 병원은 병원 내 비상주 구역 조명도 LED 센서등으로 전면 교체했다. 전력 사용량을 약 5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사회 포용 활동도 꾸준하다. 병원은 장애인 연주단을 직접 고용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병원 운영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