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HPV) 예방백신 접종 장면[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다양한 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HPV(인유두종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백신 개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기존의 4가·9가 중심 백신에서 벗어나 더 많은 HPV 유형을 포함하는 10가 백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예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넓은 예방 범위를 가진 HPV 백신은 머크(Merck)의 9가 백신 '가다실9'이다. 고위험군 7종과 저위험군 2종을 포함한 이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약 90%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90%에 포함되지 않은 HPV에서 발생하는 암이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해 과거 저위험군으로 분류됐던 HPV 유형 가운데서도 암 발생과 관련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더 많은 유형을 포괄하는 백신 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물론 10가 백신이 모든 HPV 감염을 완전히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목표는 기존 백신이 다루지 못하는 유형을 추가해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데 있다. 예방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 많은 인구집단에서 암과 관련 질환의 발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0가 HPV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가 HPV 백신은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만큼, 회사 측은 그동안 축적해 온 백신 개발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더 넓은 예방 범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L2 단백질을 활용한 범용(Universal) HPV 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가다실과 같은 L1 기반 백신은 백신에 포함된 HPV 유형에만 면역이 형성되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L2 기반 백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백신 개발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주도하고 있다. 연구진은 유형 간 서열 보존성이 높은 L2 단백질을 활용해 더 광범위한 HPV 유형에 대한 교차보호 효과를 확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HPV는 백신의 수요가 증가하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나라별로 백신을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여건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백신은 외부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공급 지연이나 가격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생산·공급 기반을 갖추는 것도 주요 과제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최근 펴낸 'HPV 예방백신 연구개발 동향 정보집'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백신이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를 띠고 있다"며, "국내 백신 자급화는 국가 보건 체계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확보 측면에서 필수적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