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제미나이][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AI(인공지능)가 신약 개발 전략의 핵심축으로 부상하면서 AI 도입을 위한 기업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제약사 입장에서는 AI가 비전문 분야인 만큼, 의료기관 및 학계 등과 힘을 합쳐 정부 과제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25년도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 사업' 신규 과제에 참여하는 공동 연구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번 과제는 신약 개발 전임상·임상 멀티모달 데이터셋 구축을 목표로, 전임상과 임상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할 수 있는 '역이행 연구 설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이 골자다. 국내 병원과 제약기업, 학계 등이 협력하는 다기관 공동연구 형태로 운영된다.
한미약품은 이번 과제로 창출할 AI 소프트웨어를 조기에 도입해, AI가 제시한 가설이나 신규 후보물질을 실제 신약 연구 과정에 적용하고 검증해보며, 그 결과를 다시 AI 학습에 반영하는 선순환 연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종근당의 자회사인 경보제약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AI 기반 표적맞춤형 링커-약물 복합체 제조 자율랩 기술 개발' 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해 의약품 설계·제조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바이오의약품 생산성을 높이고,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 기반을 국내에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경보제약은 한국기계연구원·고려대학교 등과 함께 오는 2029년 12월까지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총 192억 원 규모의 사업 개발비 중 24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AI와 로봇을 접목한 자율 실험실과 의약품 자동화 제조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인공지능(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의료·헬스케어 분야 컨소시엄 수행기관으로 최종 선정돼, 루닛이 주관하는 의료·헬스케어 컨소시엄의 핵심 참여 기업으로 참여한다.
이번 컨소시엄은 의료·법률·제조 등 주요 산업별로 도메인 특화 AI 모델을 개발해 국가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주관 사업이다. 트릴리온랩스, 아이젠사이언스, 카카오헬스케어 등 주요 기업들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KAIST, 서울대학교 등 국내 유수의 산학·의료기관과 협력해 AI 기반 의과학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SK바이오팜은 컨소시엄 내에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과 디지털 트윈(가상 환자 기반 임상시험 시뮬레이션) 모델 개발을 담당한다. 중추신경계(CNS) 질환 중심으로 화합물·단백질 데이터와 임상·실사용데이터(RWD)를 결합해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설계까지 이어지는 AI 기반 연구 체계를 구현할 계획이다.
삼진제약은 지난 9월 보건복지부와 K-헬스미래추진단이 추진한 '제2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확보 임무과제에 선정됐다. 삼진제약이 과제를 주관하고 퀀텀인텔리전스(Quantum Intelligence), 나무ICT(NamuICT), 광주과학기술원(GIST), 서울대병원이 컨소시움을 구성해 참여한다.
이번 사업은 4년 6개월간 최대 127억 5000만 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추진된다. 양자–AI 하이브리드 기반의 혁신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및 전임상 진입이 목표다.
이번 과제를 통해 삼진제약은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차세대 신약 개발 플랫폼 'Q-DrugX(Quantum Drug Exploration, 퀀텀기술을 활용한 신약기술개발)'의 연구를 진행하고, 기존 기술로는 약물화가 불가능(undruggable)하다고 알려진 질환 영역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AI는 제약사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운한 영역"이라며 "정부 주도 과제들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과 위험을 정부가 분산시켜 R&D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