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의 케이캡 시리즈 [사진=HK이노엔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HK이노엔의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박테리아 감염 2차 치료의 새로운 옵션으로서,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도가 진행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신청한 '케이캡'에 대한 연구자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시험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 제균 치료에 실패한 환자 대상 '케이캡'+항생제 리파부틴(rifabutin) 구제(2차) 요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케이캡'과 같은 P-CAB 제제는 위산에 의한 활성화 없이 양성자 펌프에 결합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그간 위식도역류질환에 사용됐던 양성자 펌프 억제(PPI) 계열 약물의 단점인 느린 약효 발현, 식이 영향, 약물 상호작용 문제 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케이캡'이 PPI 제제의 파이를 뺏어오면서 단숨에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오른 배경이다. 2019년 출시된 '케이캡'은 310억 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식약처 기준 무려 1737억 원의 생산 실적을 기록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면서 품목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위궤양 ▲H. pylori 제균을 위한 항생제 1차 요법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 5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이 중 H. pylori 제균 감염 분야에서 '케이캡'의 쓰임새를 1차 치료에서 2차 치료까지 넓히기 위한 유효성 탐색에 나선다.
대상 질환인 H. pylori은 나선형 그람음성 세균으로, 위장 점막에서 주로 감염된다. 위궤양 환자의 75∼85%,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95%가 H. pylori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균주의 다양성과 숙주의 감수성에 따라서 소화불량, 급성위염, 만성활동성위염, 미란, 만성위축성위염 등의 질환으로 나타난다. 중증으로 발전할 경우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유발한다.
'케이캡'은 2개의 항생제와의 병용요법으로서 H. pylori 제균 감염의 1차 치료제로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다만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치료 방법은 PPI에 2개의 항생제를 병용하는 3제 요법이다.
실제로 2020년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H. pylori의 표준 1차 치료법은 PPI+아목시실린+클라리스로마이신 3제 요법이다.
그간 이 3제 요법은 80% 이상의 제균율을 보이며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항생제 내성률의 증가와 함께 H. pylori 제균율 또한 감소하고 있다. 현재 1차 치료법의 제균율은 약 70~8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아목시실린이나 클라리스로마이신에 내성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항생제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제내성 빈도가 20% 이상으로 증가하며 치료 옵션이 제한되고 있다. 1차 치료 실패 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해지면서, H. pylori 감염은 시급한 공중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은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케이캡'의 H. pylori 감염 2차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이번 연구자 임상을 실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캡'을 비롯한 P-CAB는 H. pylori 감염 2차 치료에서 예비 유효성을 나타낸 바 있다.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 의과대학의 카르멜로 스카르피그나토(Carmelo Scarpignato) 박사팀은 기존 치료 실패 사례 대상 P-CAB '보신티'(Vocinti, 성분명: 보노프라잔·vonoprazan)에 대한 메타 분석(개별 연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실시했다.
이후 2024년 8월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H. pylori 감염의 치료는 위산 억제가 강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2차 치료에서 '보신티'는 기존의 PPI 대비 유의미하게 더 높은 제균율을 보였다.
따라서 인천성모병원도 기존 치료에 실패한 국내 H. pylori 감염 환자의 2차 치료에도 '케이캡'이 적용될 가능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케이캡'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경우, '케이캡'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H. pylori 감염 2차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연구자 시험으로, '케이캡'의 H. pylori 감염 2차 치료 적응증 확대 허가를 위한 직접적인 근거로 활용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