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의대 뉴스센터가 현지시간 16일 공개한 노화 면역기전 연구 소개 기사 화면. 연구진은 조직 상주 대식세포의 'EP2' 수용체를 차단하자 노화 관련 염증과 장기 기능 저하가 완화됐다고 밝혔다. [사진=스탠퍼드 의대 홈페이지 갈무리][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나이가 들수록 장기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 염증이 증가하는 기전 가운데 하나가 수명을 다한 면역세포를 제거하는 '세포 청소 시스템'의 기능 저하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직에 상주하는 대식세포가 노화된 호중구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면서 이들 세포가 체내에 축적되고, 염증성 물질과 호중구세포외덫을 방출해 뇌와 심장, 간, 신장 등 여러 장기의 기능 저하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늙은 생쥐에서 조직 상주 대식세포 표면의 염증성 수용체 'EP2'를 유전적으로 제거하거나 실험약으로 억제하자 노화 호중구 제거 기능이 회복되고, 인지기능 저하와 노쇠, 근감소증, 비만, 심장 기능 저하, 전신 염증이 젊은 상태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현지시간 16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조직 상주 대식세포의 노화 호중구 제거 회복이 장기 노화를 제한한다(Restored clearance of senescent neutrophils by tissue-resident macrophages limits organ aging)'이다.
연구의 제1저자는 스탠퍼드대 신경학과 유팅 제시 탄(Yuting Jessy Tan) 박사이며, 책임저자는 카트린 안드레아손(Katrin Andreasson) 신경학·신경과학 교수다.
하루 1000억 개 생성되는 호중구…제때 제거 안 되면 조직 손상
호중구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생성되는 백혈구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대응하는 선천면역세포다.
그러나 수명이 매우 짧다. 사람의 몸에서는 하루 1000억 개가 넘는 호중구가 생성되며, 대부분 혈액에 진입한 뒤 8~12시간 안에 노화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길어도 24시간가량 생존한 뒤 간과 비장, 골수 등에서 제거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세포가 조직 상주 대식세포(tissue-resident macrophage, TRM)다.
조직 상주 대식세포는 주요 장기 내 대식세포의 약 60~90%를 차지하는 장수 면역세포다. 태아 발달기부터 각 장기에 자리 잡은 뒤 손상된 세포와 세포 사체를 삼켜 제거하고, 병원체 방어와 조직 복구, 면역 항상성 유지에 관여한다.
특히 세포사멸에 이른 세포나 노화세포를 포식해 제거하는 사멸세포 청소 과정(efferocytosis)은 만성 염증을 막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조직 상주 대식세포 역시 대사 기능과 포식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제때 제거되지 못한 노화 호중구는 단순히 수명이 다한 세포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조직에 손상을 가하는 염증성 세포로 변한다. 단백질 분해효소를 방출하는 탈과립과 호중구세포외덫 형성(NETosis)을 일으키고, 주변 실질세포에 스트레스를 전달해 조직 손상과 노화를 촉진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노화 호중구가 장기 기능 저하의 수동적 부산물이 아니라, 전신 노화를 능동적으로 이끄는 요인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PGE2–EP2 신호가 대식세포의 포식 기능 억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공개한 연구 개요도]
(상단) 노화된 조직 상주 대식세포(TRM)에서 EP2 신호는 ① 노화 호중구(Neu)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인테그린 결합과 ② 노화 호중구를 포식리소좀 안으로 삼키는 과정을 억제한다. 이에 따라 노화 호중구가 축적되고 ③ 탈과립과 호중구세포외덫 형성(NETosis), ④ 주변 실질세포에 대한 측분비성 스트레스가 발생해 ⑤ 장기 노화가 촉진된다.
(하단) EP2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그 활성을 억제하면 ① 인테그린 매개 상호작용과 ② 포식리소좀을 통한 노화 호중구 제거 기능이 회복된다. 그 결과 ③ 탈과립과 호중구세포외덫 형성, ④ 측분비성 스트레스, ⑤ 장기 노화가 제한된다.
NETosis는 호중구세포외덫(NET) 형성, AC는 아데닐산고리화효소, PKA는 단백질인산화효소 A, TFs는 전사인자를 의미한다. [사진=사이언스 홈페이지 갈무리]연구진은 조직 상주 대식세포의 청소 기능을 떨어뜨리는 핵심 신호로 프로스타글란딘 E2(Prostaglandin E2, PGE2)와 그 수용체인 EP2를 지목했다.
PGE2는 감염과 손상, 독성물질 등에 반응해 생성되는 지질 신호물질로, 통증과 발열, 염증에 관여한다. 세포 표면의 어떤 수용체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작용을 나타내는데, EP2는 염증 촉진 작용이 강한 수용체로 알려져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조직 상주 대식세포에서 EP2 발현과 PGE2 신호가 증가한다. 이 신호는 대식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에너지 대사를 떨어뜨리고, 손상되거나 노화된 세포를 포식하는 능력을 약화한다.
사이언스 구조화 초록에 따르면, EP2 신호는 조직 상주 대식세포가 인테그린을 통해 노화 호중구와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을 억제했다. 이후 노화 호중구를 포식리소좀(phagolysosome) 안으로 삼켜 분해하는 과정도 방해했다.
이 때문에 노화 호중구는 혈액과 조직에 축적되고, 탈과립과 호중구세포외덫 형성, 주변 세포에 대한 측분비성 스트레스를 통해 장기 노화를 촉진했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직 상주 대식세포에서만 EP2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를 이용했다.
실험에는 사람의 청년기에 해당하는 생후 6~8개월의 생쥐와 60~70대에 해당하는 생후 23~25개월의 늙은 생쥐가 사용됐다. 비교군으로는 생후 4~6개월에 조직 상주 대식세포의 EP2 유전자를 제거한 뒤 노령기에 도달한 생쥐가 포함됐다.
EP2 제거한 늙은 생쥐, 근력·기억력·심장 기능 젊은 수준 접근
일반적인 늙은 생쥐에서는 간과 비장, 골수 등 노화세포 제거가 활발히 이뤄지는 장기에 'CXCR4' 발현이 높은 노화 호중구가 축적됐다.
이들 세포에서는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 SASP), DNA 손상 반응, 세포주기 억제인자 증가, 탈과립, 호중구세포외덫 형성, 세포사멸 저항성 프로그램이 함께 활성화됐다.
간 조직 영상 분석에서는 노화 호중구 주변의 실질세포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증가하는 것도 확인됐다.
반면 조직 상주 대식세포에서 EP2가 제거된 늙은 생쥐는 노화 호중구 수가 젊은 생쥐 수준에 가까워졌다.
이들 생쥐는 같은 나이의 대조군보다 체지방이 적고 근육량이 많았으며, 노쇠와 근감소증이 완화됐다. 이동 속도와 균형감각, 앞다리 악력도 젊은 생쥐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인지기능 저하 역시 억제됐다. EP2가 제거된 늙은 생쥐는 미로에서 길을 찾거나 이전에 접했던 물체를 기억하는 능력이 일반 늙은 생쥐보다 우수했다.
심장 기능 저하와 전신 염증도 완화됐다. 혈액과 간, 대장, 심장, 신장, 기억과 공간 탐색에 관여하는 뇌 해마에서 염증 지표가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노화로 인한 장기 기능 저하를 단순히 늦춘 것이 아니라, 여러 지표를 젊은 상태에 가까운 방향으로 되돌린 것으로 평가했다.
혈액 단백질 71종 중 59종 젊은 수준 유지
혈액 단백질 분석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일반 늙은 생쥐에서 젊은 생쥐와 비교해 유의하게 변화한 혈액 단백질 71종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59종은 조직 상주 대식세포에 EP2가 없는 늙은 생쥐에서 젊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변화가 억제된 단백질 가운데 상당수는 간에서 생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간은 조직 상주 대식세포가 풍부한 장기로, 전신 대사와 노화에 따른 혈액 성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혈장 단백질체 분석과 간 단일세포 R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간이 노화 관련 면역 변화의 주요 발생원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했다.
다기관 유세포분석에서도 간뿐 아니라 비장과 골수, 다른 장기에서 노화 호중구 축적이 확인됐다.
실험용 EP2 억제제로도 포식 기능 회복
연구진은 유전자 제거 방식뿐 아니라 약물로 EP2를 억제했을 때도 대식세포의 포식 기능과 노화 호중구 축적이 개선되는지 평가했다.
생후 22개월의 일반 늙은 생쥐에게 EP2 억제 실험약을 2개월간 투여한 결과, 전체 호중구와 노화 호중구 수가 젊은 생쥐에 가까운 수준으로 감소했다.
체외 포식 실험에서도 늙은 조직 상주 대식세포는 세포사멸에 이른 일반 세포보다 노화 호중구를 제거하는 데 특히 큰 장애를 보였다. 그러나 EP2를 유전적으로 제거하거나 약물로 억제하자 두 종류의 세포에 대한 포식 능력이 모두 회복됐다.
현재 EP2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도록 승인된 의약품은 없다.
아스피린을 비롯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광범위하게 억제해 통증과 발열, 부종을 줄이지만, PGE2를 비롯해 인체에 필요한 다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리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PGE2 역시 EP2가 아닌 다른 수용체에 결합할 때는 유익한 기능을 나타낼 수 있다. 연구진은 PGE2 생성 자체를 광범위하게 차단하는 대신, 염증성 EP2 수용체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람 간·심장 데이터에서도 같은 면역 변화 확인
연구진은 사람의 간과 심장 조직을 분석한 기존 단일세포 데이터도 조사했다.
그 결과 노화되거나 질환이 있는 사람의 조직에서도 생쥐와 마찬가지로 조직 상주 대식세포의 EP2 발현 증가, 노화 호중구 축적, 대식세포와 호중구 사이의 상호작용 감소가 확인됐다.
질환이 있는 조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두드러졌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사람에게 EP2 억제제를 투여하거나 노화 관련 기능 개선 효과를 평가한 것은 아니다. 사람에서 확인된 결과는 기존 조직 데이터를 분석해 생쥐 실험과 유사한 면역 변화가 존재한다는 점을 관찰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노화를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이 수동적으로 퇴행하는 현상이 아니라, 수명을 다한 세포를 능동적으로 제거하는 체계가 무너지는 과정으로 새롭게 해석할 근거를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노화 호중구는 탈과립과 호중구세포외덫 형성을 통해 직접 조직을 손상시키는 동시에, 주변 실질세포에 스트레스를 전달하는 두 가지 경로로 장기 노화를 촉진했다.
EP2 억제는 조직 상주 대식세포의 포식 기능을 회복하고 노화 호중구를 제거해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했다.
안드레아손 교수는 "우리는 왜 노화가 일어나는지를 규명하려 노력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적어도 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EP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 노화 관련 장기 기능 저하와 만성 염증을 줄이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면역·생리 기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EP2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약물 개발과 장기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