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저녁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룸에서 열린 백남종 서울대병원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신임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6.17 (사진=서정필 기자)[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서울대학교병원이 국가 필수의료의 최종 책임기관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계 초일류 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서울대병원은 17일 저녁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0대 백남종 신임 서울대병원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병원 운영 방향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백 원장을 비롯해 김용진 진료부원장, 채종희 소아진료부원장, 문진수 공공부원장, 송경준 보라매병원장, 최수연 강남센터 부원장 등 신임 집행부 주요 보직자들이 참석했다.
백 원장은 "취임 한 달여를 맞아 그동안 구상해 온 서울대병원의 미래 비전과 운영 계획을 공유하게 돼 뜻깊다"며 "서울대병원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국가 의료정책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로서 세계 초일류 병원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 의료체계가 필수의료 위기와 지역 간 의료격차, 초고령사회 진입, AI 중심 디지털 전환이라는 복합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책임의료 ▲미래 혁신 ▲학문적 통합 ▲거버넌스 혁신 ▲조직문화라는 5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의 병원, 미래 병원, 행복한 공동체'를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백 원장은 "서울대병원 네트워크 내 모든 병원의 자원 배분과 우선순위는 이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책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6월 17일 저녁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룸에서 열린 백남종 서울대병원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백남종 병원장의 발표를 듣고 있다. 2026.06.17 (사진=서정필 기자)국가 필수의료 책임 강화·AI 기반 의료 혁신
백 원장 발표 내용을 보면, 향후 서울대병원은 타 의료기관이 기피하는 초고난도 질환을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 중앙병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다. 이른바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으로 대변되는 의료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국립대병원 및 상급종합병원과 함께 '원 하스피탈(One Hospital)' 상생 거버넌스를 구축해 수도권 쏠림 및 지역 의료 격차 해소에 앞장설 계획이다.
또한 방대한 임상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보상 체계와 인력 모델을 정부에 제시하는 실무적 파트너로서 싱크탱크 역할을 공고히 하고, 중증·응급 의료진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다변화된 트랙(Track) 제도를 도입해 보상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전환과 AI 혁신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그룹은 800만~900만 명 규모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통합 DX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의료 특화 통합 AI 플랫폼인 '스누하이(SNUH.AI)'를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백 원장은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 진료와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수단"이라며 "퇴원 이후에도 AI 기반 위험 예측과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 중심의 연속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연구 강화…산하 병원별 특성화 추진
서울대병원은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배곧서울대병원을 연결하는 대규모 메디컬 클러스터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산·학·연·병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 K-메디슨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융합형 MD-PhD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과학자를 집중 양성할 계획이다.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위해 기술지주 주도의 '디텍 바이오 창업지원 펀드(60억 원 규모)'도 조성한다.
백 원장은 이날 산하 병원별 특성화 전략도 공개했다.
본원은 초고난도 중증질환 치료를 담당하고, 분당서울대병원은 디지털 기반 고령·만성질환 관리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보라매병원은 서울시 공공의료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고, 강남센터는 AI 기반 맞춤형 예방의학 중심으로 전환한다.
이 밖에 국립교통재활병원은 중증외상 재활, 국립소방병원은 화상·재활 특성화 진료, 기장암센터는 중입자 치료 중심 기관으로 육성한다. 2029년 개원을 목표로 하는 배곧서울대병원은 AI 기반 미래형 스마트병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6월 17일 저녁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룸에서 열린 백남종 서울대병원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백 원장의 발언을 경청하다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2026.06.17 (사진=서정필 기자)수평적 조직문화·투명 경영 강화
백 원장은 내부 조직문화 혁신 의지도 강조했다.
현장 중심 소통 리더십을 바탕으로 부서 간 장벽과 세대 갈등을 줄이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대시보드 경영'을 도입해 주요 경영 데이터를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는 교육 대상" … 수련체계 혁신 강조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국립대병원 거버넌스 개편과 필수의료 보상체계, 의료 AI, 글로벌 연구, 전공의 수련 혁신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백 원장은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대형병원들이 전공의를 교육 대상이 아니라 병원 운영을 위한 인력으로 활용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전공의 수련을 철저히 교육 중심으로 전환해 전문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수련병원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할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이 새로운 수련 모델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장 질의응답]
아래는 백 원장 발표 후 이어진 질의 응답 주요 내용이다.
6월 17일 저녁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룸에서 열린 백남종 서울대병원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신임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이 서울대병원의 향후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2026.06.17 (사진=서정필 기자)Q. 최근 국립대병원의 보건복지부 소관 이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거버넌스 변화가 국가 중앙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에 미칠 영향과 가장 시급한 제도적 지원은 무엇인가?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이하 백): "소관 부처가 어디로 바뀌든 서울대병원에 주어진 사명과 소명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는 우리 병원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기보다,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방향에 맞추어 역할을 다하는 것이 맞다.
제도적으로 서울대병원은 10개 국립대병원 중 '큰 형님'이자 리더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가진 우수한 임상·연구 수월성을 바탕으로, 지방 국립대병원이 해결하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을 리퍼(Refer) 받아 치료하고 다시 리퍼 아웃(Refer out)하는 네트워크를 촉진하고자 한다. 정부에는 지방 국립대병원들이 지역에서 확실하게 안착하고 필수 의료를 지켜낼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Q. 필수 의료진이 진료만으로 보상받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현행 수가 체계 내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인데, 병원 차원에서 구상 중인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백: "현재 대학 교수는 교육, 연구, 진료, 사회공헌이라는 네 가지 잣대로 일률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필수·중증 의료 현장에서 밤낮으로 헌신하는 분들에게 연구 실적까지 똑같이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진료와 교육에 집중하고자 하는 교수님들을 위한 유연한 트랙(Track) 제도를 고안하고 있다.
병원이 임명할 수 있는 임상교수제 등을 적극 활용해 트랙을 다변화하고, 어렵고 힘든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진료 성과만으로도 더 합리적인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유연한 급여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Q. 서울대병원이 갖는 위상에 비해 글로벌 임상·연구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다소 아쉽다. 해외 진출이나 글로벌 연구와 관련해 추진 중인 계획이 있다면 보충해 달라.
백: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진출해 있는 병원의 재계약(5년 연장) 프로세스가 최종 단계에 와 있으며, 아부다비 등에서도 추가적인 병원 건립 요청이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미국의 검진센터 컨설팅을 비롯해 개도국 대상의 병원 이식 사업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김용진 진료부원장: "연구 부문에서도 괄목할 성과가 있다. 최근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세계 최고 기관들과 의사-과학자(MD-PhD) 양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MIT와는 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여 가입 회원 1000명이 넘는 국내 최대 단일 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스탠퍼드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서는 조만간 글로벌 공동 지식재산권(IP) 성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진료뿐만 아니라 글로벌 연구 영역도 확실히 확장하고 있다."
Q. 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을 강조하셨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나 환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왜 지금 시점에서 시급한지 체감하기 어렵다. 서울대병원이 앞장서서 의료 AI를 추진하려는 본질적인 이유와 지향점은 무엇인가?
백: "3년 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들 만큼 AI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다. 의료계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
의료 AI(AX)가 도입되면 당장 환자가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백그라운드에서 의료진의 잡다한 행정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의료진이 본질적인 '진료와 환자 케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처방되는 것이다. 환자가 집에 머물 때도 평소 쌓인 디지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위험 징후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병원에 가야 할 타이밍'을 긴급 문자로 안내하는 등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이를 선도하는 것이 국가 중앙병원의 책무다."
Q. 지난 2년간 의료계에 큰 진통이 있었다. 이제 의료계 화두는 정상화다. 특히 전공의 수련 제도의 혁신과 개선에 대해 서울대병원이 구상하거나 정부에 제안하려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백: "이번 사태를 거치며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 병원들이 그동안 전공의의 노동력에 너무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게 됐다. 전공의를 가르치고 키워야 할 '교육 대상'이 아니라, 병원을 굴리기 위한 '일반 인력'으로 취급했던 면이 분명히 있었다.
앞으로는 전공의 수련을 철저히 '교육 중심'으로 대전환하겠다. 무조건 잡무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 과정을 마쳤을 때 의사로서 확실한 전문 역량(Competency)을 수확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할 것이다. 앞으로는 역설적으로 수련을 시키는 병원 측이 시간과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시대로 갈 것이며, 서울대병원이 그 표준 모델을 선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