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철회를 제한하는 주요 사례. (소비자원 제공)[소비자경제] 김동환 기자 = 온라인 패밀리세일이 대중화되면서 파격적인 할인 혜택 이면에 숨은 소비자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기간 한정 특가를 내세워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한 뒤, 할인상품이라는 이유로 환불을 제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브랜드 공식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패밀리세일'이 활발히 진행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패밀리세일은 본래 유명 브랜드가 임직원이나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이월상품을 한정 판매하던 비공개 행사였으나,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확산되며 일반 소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일부 업체들이 할인 판매를 명분으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주요 온라인 패밀리세일 사이트 23곳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다수 사업자가 '할인상품'이라는 이유로 청약철회를 거부하거나 배송 일정 등 주요 거래조건을 명확히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철회 거부 사례 88%...의류·잡화 피해 집중
최근 3년 6개월간(2022년~2025년 6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패밀리세일 관련 소비자 상담은 총 8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5년 상반기에는 44건이 접수돼 전년도 전체 접수 건수(21건)의 두 배를 넘어서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상담 내용의 88.0%(73건)는 청약철회를 거부당한 사례였다. 품목별로는 의류가 62.7%(52건)로 가장 많았고, 가방·선글라스 등 잡화가 13.3%(11건), 귀금속이 9.6%(8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구입가가 확인된 69건의 평균 결제금액은 약 151만 원으로, 짧은 행사 기간과 높은 할인율로 인해 소비자가 한 번에 고가의 상품을 다수 구매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대상 82.6%, 청약철회 제한 약관 운영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비자는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하자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소비자보호 지침 또한 세일 특가 상품이라는 이유로 반품을 거부하는 행위를 '청약철회 방해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 23개 패밀리세일 사이트 중 82.6%(19개)는 패밀리세일 구매 상품의 청약철회가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이 중 13.0%(3개)는 상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환불을 제한하거나 교환만 가능하다고 안내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밀리세일 특성상 이월상품이나 재고상품 비중이 높은 만큼 불량 상품 구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하자 상품에 대한 청약철회까지 제한하는 것은 현행 법령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행사 끝나도 평균 40% 할인"...상시 할인 논란도
또한 조사 결과, 패밀리세일 판매량 상위 상품의 평균 할인율은 64.3%였으며 행사 종료 후 동일 상품의 할인율도 평균 38.4%에 달했다. 이는 패밀리세일 종료 이후에도 추가 할인이나 재고 정리를 통해 사실상 40% 수준의 상시 할인 판매가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사업자의 경우, 배송 일정 등 주요 거래조건에 대한 사전 고지도 미흡했다. 조사 대상 중 13.0%(3개)는 구매 전 예상 배송일을 안내하지 않았고, 이 중 1곳은 배송 지연으로 인한 청약철회조차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원 "법 준수·정보 고지 강화 필요"
소비자원은 해당 사업자들에게 ▲청약철회 관련 법령 준수 ▲배송 일정 등 주요 거래조건의 명확한 사전 고지를 요청했다. 아울러 소비자에게는 ▲할인율만 보고 충동구매하지 말 것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적정 가격 여부를 확인할 것 ▲청약철회 규정과 배송 조건 등 거래조건을 사전에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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