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의료 데이터는 이제 단순한 진료 기록을 넘어 '바이오 산업의 쌀'이 됐다. 정부와 산업계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환자 맞춤형 정밀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직면한 진짜 과제는 데이터의 '규모'가 아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유효하게 쓰일 수 있는 '품질'을 갖췄느냐가 핵심이다.
현재 국내 의료 데이터는 파편화되어 있다. 병원마다 포맷이 제각각이고, 특히 영상 자료 같은 비정형 데이터의 레이블링(Labeling, 표지 작업)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모아도 표준화되지 않은 정보는 인공지능(AI) 학습에 오히려 노이즈로 작용할 수 있다. 의료기관 간의 장벽을 허물 공통 데이터 모델(CDM) 확산이 시급한 이유다. 양적 팽창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연구자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 세트' 구축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적 활용 사이의 접점을 찾는 일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최근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며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현장은 여전히 몸을 사린다. 모호한 가명 정보 처리 기준과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환자의 민감 정보를 완벽히 보호하면서도 연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개정된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을 지속해야 한다.
의료 데이터의 주인은 결국 환자다. 데이터 활용의 성과가 단순히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환자의 치료 성적을 높이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환자가 본인의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전송하는 '마이 데이터' 사업이 연착륙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산업계는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적 신뢰를 쌓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의료 데이터 강국은 단순히 서버에 저장된 숫자(정보량)가 많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분산된 정보를 의미 있는 지식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 구조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미래 의료 시장의 패권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연결'과 '가치 창출'이라는 본질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