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셀트리온이 다발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의 바이오시밀러(CT-P44) 임상 실시 국가를 기존 15개국에서 16개국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임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화이자(Pfizer)나 로슈(Roche)와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20개국 이상의 다국가 임상을 진행하는 사례는 종종 있으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단일 임상에서 이토록 광범위한 지역과 다양한 인종을 포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단순히 환자 모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철저한 계산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깔린 행보로 풀이된다.
우선 인종마다 약물을 대사하는 효소의 활성도나 유전적 특성이 다르다는 점은 글로벌 신약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이다. 특정 인종에게만 치우친 데이터는 향후 다른 대륙 진출 시 효능 부족이나 예상치 못한 독성 문제로 발목을 잡힐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16개국에 걸친 방대한 데이터는 아시아인부터 백인, 흑인, 히스패닉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종에서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이는 향후 미국 FDA나 유럽 EMA 등 규제 기관의 승인 과정에서 데이터 편향성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허가 지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핵심 요소다. 실제로 FDA는 최근들어 미국 환자 참여가 부족한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한 신약 승인을 잇따라 거절하고 있다. 이는 임상 참여자의 인종적 다양성(Diversity)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시장 진입의 가속화라는 실질적 이득도 제공한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비용과 관리의 한계로 인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임상을 진행한 후, 타 국가 진출 시 별도의 가교임상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처음부터 한국을 포함한 다국가 임상을 설계함으로써 전 세계 주요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가장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 산업의 특성상 대체 불가능한 경쟁 우위다.
특히 '다잘렉스' 등 블록버스터 약물의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의료진의 신뢰가 필수적인데, 자국 환자가 포함된 데이터는 처방의 문턱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결국 16개국 임상은 출시 후 실제 처방권으로 이어지는 가장 확실한 마케팅 기반을 닦는 과정인 셈이다. 각기 다른 의료 시스템과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 하에서 약물의 성능을 시험함으로써, 실제 출시 후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사전에 통제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허가용 데이터를 얻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빅파마 수준의 임상 관리 인프라와 운영 역량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16개국의 복잡한 규제 환경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이미 셀트리온의 글로벌 운영 능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셀트리온의 이례적인 행보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표준을 설정하는 '룰 메이커'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비용과 관리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선택한 이 광범위한 임상 지도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