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대전선병원 내분비내과전문의[헬스코리아뉴스 / 김유진] 단 음식과 가공식품 섭취가 늘고,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젊은 세대에서도 당뇨병 발병과 대사증후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1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을 맞아, 당뇨병의 숨은 위험과 합병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당뇨병은 겉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하지만 몸속에서는 이미 혈관 손상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기간이 길수록 합병증 위험은 커진다. 진단 당시 당화혈색소가 높은 환자 중에는 이미 합병증이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은 환자들이 합병증이 나타난 후에야 혈당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지만, 한 번 손상된 혈관과 신경은 회복이 어려워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혈당 수치 때문이 아니다. 이로 인한 전신 합병증 때문이다. 혈당이 높게 유지되면 혈액 속 당분이 혈관 내피세포에 붙어 '당화'가 일어나고, 그 결과 세포 기능이 손상된다. 이렇게 손상된 혈관은 신경과 장기에 영향을 주어 망막병증, 신장질환, 신경병증,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한다.
연구에 따르면 2형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약 5배, 심근경색 위험이 4배 이상 높다. 전체 2형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미 한 가지 이상의 미세혈관 합병증 또는 말초신경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꾸준한 관리만으로도 합병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영국의 대규모 연구(UKPDS)에 따르면 당화혈색소(HbA₁c)가 1% 감소할 때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은 약 37% 줄어든다. 제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DCCT 연구에서도, 집중적으로 혈당을 조절한 그룹은 망막병증 발생률을 76%, 신경병증을 60% 줄였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검사로, 당뇨병 관리 상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검진이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와 함께 합병증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특히 신장 합병증은 단백뇨 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눈의 미세혈관 손상을 확인하는 망막검사와 안저검사 역시 필수적이다.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진단 후 5년 이내, 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 즉시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이후에도 매년 안과 검진을 반복하는 것이 권장된다. 망막병증이 없고 혈당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안과 검진 주기를 1~2년 간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평소 혈당 조절 상태가 좋지 않고, 당뇨병 유병 기간이 10년 이상 된 환자라면 조기검진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합병증 없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혈당·혈압·콜레스테롤·체중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합병증 검사를 실천하는 것이 조용히 다가오는 당뇨병 합병증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